"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서 빼야"…'정서적 학대' 기준 손질 촉구

교권 포럼서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 정비 제안
"교육 목적·상황 중심으로 판단돼야"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제6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 판단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9일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 공동 포럼에서 장덕호 건국대학교 교수는 교원의 안전하고 자율적인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정비 과제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교권 침해와 아동학대, 학교폭력이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교육·돌봄·관계의 문제를 지나치게 빠르게 형사·사법 판단의 대상으로 옮긴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교사의 생활지도가 학생에게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줬다는 이유만으로 아동학대 판단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교사의 교육적 목적과 당시 상황, 지도 수단의 필요성·상당성, 학생에게 중대한 신체·정신적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 등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명백한 폭력·학대의 의도 아래 사망이나 중대한 상해, 그에 버금가는 고통을 가한 사실이 입증된 경우에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그 수준에 이르지 않은 생활지도와 훈육까지 아동학대의 틀로 판단하는 것은 교육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적 목적 아래 학생의 성장과 안전,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해 이뤄진 통상적 생활지도라면 학생이 불편함이나 제한을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적 아동학대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법적 정의를 정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 같은 개정이 교사 보호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실제 가정 내 반복적·중대한 학대를 겪거나 즉시 분리·보호가 필요한 고위험 아동에게 국가의 개입과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 판단 기준을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학교폭력예방법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법의 포괄적 정의로는 학생 간 일회적 다툼이나 상호 언쟁까지 학교폭력 절차로 들어갈 수 있고,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학생이 방어적으로 반응한 장면을 근거로 '맞폭'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학교폭력 판단에서 행위의 반복성·지속성, 학생 사이 힘의 불균형, 특정 학생에게 피해를 주려는 일방적 행위 여부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상 갈등은 학교 안에서 관계 회복을 우선 지원하고, 특수폭행·상해·성범죄 등 형사사건에 가까운 중대 교권 침해는 사안의 심각성이 희석되지 않도록 별도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에서는 교육청이 교권 침해와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에 직접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조재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정서적 학대 기준 명확화와 함께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민원 대응 주체의 교육지원청 일원화, 모든 교육지원청 교육활동보호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5대 영역 23개 과제'를 제시했다.

조 위원장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민·형사 소송에 대해 시·도교육청이 사건 종료 때까지 법률 상담과 소송 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반복성·공격성·비현실적 요구·업무방해 목적 등을 기준으로 특이 민원을 분류하고, 교사가 아닌 교육청 전담팀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세린 금구초등학교 교사는 교권보호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위기 상황에서 학생 분리, 수업지원 인력 투입, 학부모 상담과 관계 조정 등을 실제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권한 있는 중재자'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최종선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은 교육부 산하에 중앙교육활동보호센터를 설치해 전국 공통의 기준과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중대 사안에는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지역 교육활동보호센터는 지난해 55개에서 올해 83개로 늘었지만, 상당수 센터가 피해 교원을 지원할 변호사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교원 보호를 교사의 면책 확대만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은혜 국가교육위원회 사교육특별위원회 위원은 "교사들의 면책 특권만 법제화된다면 학부모들은 학교와 소통할 수 없다고 느낄 수 있다"며 "정서적 아동학대 개념을 구체화하고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정기적으로 공유하되, 학생·학부모·교사 3주체가 균형을 이루는 신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는 일로 고소를 당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라면 교육은 불가능하다"며 "교권은 교원에게 교단에 설 자격을 부여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제도와 권능으로 세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