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데이 외치고 운지 말하며 키득"…교사 90% "학생 혐오놀이 목격"

전교조 '배재고 사태' 관련 설문…"중학생급 혐오 표현 가장 심해"
교사들 "온라인 혐오문화 확산이 원인…민원 두려워 지도 못해"

전교조가 7일 서울 서대문구 광산빌딩에서 배재고 사태 이후 혐오 표현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뉴스1 ⓒ News1 조수빈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탱크데이 사태 이후 탱크데이 화이팅을 수업 시간에 외칩니다." "과학 수업 시간에 중력을 학습할 때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운지'(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비하하는 표현)라고 하고 키득거립니다."

학교 안에서 학생들로부터 혐오 표현을 들어본 적 있다고 답한 교사들이 소개한 사례다. 이같이 배재고 야구부의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사태는 돌발적인 일탈이 아니라 이미 학교 안으로 스며든 혐오 문화의 단면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실에서 혐오·역사왜곡 표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배재고 사태 이후 지난 2~6일 청소년 1636명과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1109명 중 최근 1년간 학생들의 발언·과제물·발표 등에서 혐오·차별·역사왜곡·민주주의 부정 표현을 직접 목격한 교사는 73.9%였다. 동료 교사나 학생을 통해 전해 들었다는 응답 15.4%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9.3%가 관련 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설문조사 중 최근 1년간 학생들로부터 접한 혐오표현.(전교조 제공)
중학교급에서 혐오 표현 가장 심해…혐오표현 지도해도 "장난"

학교급별로는 중학교 교사의 직접 목격 비율이 81.7%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와 초등학교는 각각 68.5%, 68.4%였다.

교사들이 실제로 겪은 사례도 소개됐다. 한 교사는 "과학 수업 시간에 중력을 학습할 때 떨어지는 물체를 보며 '운지'라고 하고 키득거린다"고 적었다. 한 음악 교사는 "리코더 운지를 설명할 때 단어를 속닥거리거나 킥킥거리는 행동이 반복됐다"고 했다. 고인 조롱뿐 아니라 지역 비하, 여성 및 소수자 혐오, 다문화 차별, 계엄 희화화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

혐오 표현의 유형을 보면 '정치인 또는 역사적 인물의 죽음·비극 조롱'이 88.9%로 최다였다. 그중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전교조는 밝혔다. '여성·성소수자·장애인·이주민 혐오와 차별'(86.8%), '세대·직업·계층 비하'(81.8%), '역사적 사건 왜곡·희화화'(80.5%) 등이 뒤를 이었다.

교사들은 혐오 표현을 지도해도 학생들이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학생 반응으로는 "장난이었다"(56.0%), "그냥 애들이 써서 썼다"(55.5%)가 가장 많았고, 지도 이후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는 응답은 32.1%였다. 반면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학생들이 혐오 표현의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사용하는 경우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섞여 있다'는 응답이 54.4%로 가장 많았다. 다만 '대부분 알고도 사용한다'는 응답은 초등학교(11.8%), 중학교(23.5%), 고등학교(32.2%)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교사들은 혐오 표현을 지도해도 학생들이 이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학생 반응으로는 '장난이었다'(56.0%), '그냥 애들이 써서 썼다'(55.5%)가 가장 많았고, 지도 이후에도 같은 표현을 반복했다는 응답은 32.1%였다. 반면 학생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거나 사과·성찰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교사들이 지도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중립' 논란이었다. 관련 표현이나 사안을 교육적으로 지도하기 어려운 이유로 69.9%가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문제 삼을까 우려된다'고 답했다. 학부모 민원이나 외부 공격 우려(60.1%), 학생들의 온라인 문화 영향에 따른 반발(47.0%),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45.4%)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배재고 사태에 대해서도 교사들은 개인 일탈보다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었다. 교사 88.4%는 '특정 학생들만의 우발적 일탈로 보기 어렵고 온라인 혐오 문화 확산과 연결해 보아야 한다'고 답했다.

원인으로는 온라인 혐오 콘텐츠와 커뮤니티 문화 확산(94.0%)이 가장 높게 꼽혔다. 이어 정치권·언론의 혐오와 조롱 언어(74.4%),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민원 부담으로 인한 쟁점 교육 위축(62.0%), 역사·인권·민주시민교육을 충분히 하기 어려운 학교 여건(53.0%) 등의 이유가 꼽혔다.

시급한 대책으로는 '학교생활규정에 혐오표현 금지와 교육적 조치 근거를 명시해야 한다'(55.8%)가 가장 많았다. 이어 플랫폼의 혐오·극단주의 콘텐츠 추천 책임 강화(49.9%), 교육부 차원의 혐오표현 대응 매뉴얼 및 표준 지도안 보급(42.4%),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및 쟁점 교육 보호(41.8%), 혐오표현 대응 교사에 대한 법률지원 및 민원 대응 체계 마련(40.6%)도 주요 요구로 제시됐다.

청소년 "또래 관계서 혐오표현 제지 어려워…문제 지적 필요해"

청소년 조사에서도 배재고 사태를 바라보는 인식은 교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국 초6~고3 학생 16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2.5%가 청룡기 야구대회 응원 논란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80.6%는 "다른 사람이나 지역, 역사적 아픔을 조롱하는 표현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83.7%는 언론과 사회의 문제 제기를 접한 뒤 원래 문제라고 생각했거나 사건의 심각성을 더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혐오 표현을 실제 또래 관계에서 끊어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가 혐오·차별·조롱 표현을 사용할 때 '불편하지만 그냥 넘어간다'는 응답이 43.4%로 가장 많았고, '하지 말라고 말한다'는 응답은 38.3%였다. 학생 다수가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래 관계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제지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학생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40.8%)을 꼽았다. 이어 '잘못의 크기에 맞는 처벌이나 조치'(33.2%), '온라인에서 혐오·조롱 콘텐츠가 퍼지지 않게 막는 것'(32.4%) 순이었다. 향후 필요한 대책으로도 '학교에서 혐오표현과 역사왜곡 문제를 제대로 배우는 것'(55.3%)과 '실제 사례를 놓고 왜 문제가 되는지 생각해 보는 수업'(42.9%)이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생활규정 정비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 및 쟁점교육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온라인 플랫폼 책임 강화 △민주시민·인권·역사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학교급별·성별 맞춤 교육 운영 △매뉴얼 보급 및 교원 연수 및 공동 수업 모델·자료 개발 등을 포함한 7대 과제를 제안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혐오와 역사왜곡 표현은 학교 안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왜곡된 혐오 문화가 교실로 스며든 결과"라며 "학교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플랫폼 기업 등이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