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 현실 될까…경기·제주 "교권보호국 만든다"
두 지자체 외 與싱크탱크 민주연구원서도 정책 제안
교원단체 "새 조직보다 실효성 있는 컨트롤타워 필요"
- 조수빈 기자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계기로 화제가 된 '교권보호국'이 실제 정책으로 제안되며 제도화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교사들은 보복 우려 등으로 현행 교권보호위원회조차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조직 신설보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일부 교육감 당선인들은 교권 보호 전담 조직 신설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경기도다. 안민석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경기형 교육활동보호국' 신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고의숙 제주교육감 당선인도 취임 후 조직 개편을 통해 '교육활동보호 담당관'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최근 교육부 내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학교 자료 확인과 관련자 면담, 증거 정리, 피해 교원 보호조치 점검, 사안 유형 분류, 관계기관 이첩 등을 수행하는 교육행정 지원·조정·현장 대응 조직을 두자는 취지다.
'교권보호국'이 주목받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다. 작품 속 교권보호국은 교권 침해와 악성 민원, 학교폭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에 감독관을 파견해 사건을 해결하는 특수 조직으로 등장한다. 특히 서이초 사건을 연상시키는 에피소드가 공개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도 큰 공감을 얻었다.
다만 현실에서 논의되는 교육활동보호국은 드라마와는 성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이 현장에 직접 개입해 조사와 징계 등을 주도하는 강력한 조직으로 묘사되는 것과 달리, 현실에서 거론되는 교육활동보호국은 교육행정 지원과 정책 조정 기능을 수행하는 컨트롤타워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미 운영 중인 지역교권보호위원회조차 현장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교사들은 신고 이후 이어질 갈등과 행정소송 부담, 학부모의 보복 민원 등을 우려해 제도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5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권 침해를 경험하고도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72.3%에 달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실질적인 해결이나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26.9%로 가장 많았고, 교육활동 침해 불복에 따른 행정심판·행정소송 부담(23.8%),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 보복 민원 발생 우려(16.3%) 등이 뒤를 이었다.
교권 침해가 잇따르면서 전담 조직을 만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 다만 교원단체들은 교육부 내 교육활동 보호 업무가 교원정책과와 학교폭력대책과, 영유아교원지원과, 학생지원총괄과 등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는 만큼 이를 총괄할 컨트롤타워는 필요하지만, 핵심은 조직 신설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과 기능이라고 강조한다.
김희정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현재처럼 분절돼 있고 권한도 없는 형태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중심기관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단순한 조직 신설에 그쳐서는 안 되며 통합 관리와 실질적인 권한, 일관된 원칙을 갖춘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컨트롤타워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결국 교권보호국 신설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고 교육 현장에서 논란이 이어지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규정을 명확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주는 장치지만 현실에서는 법과 절차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드라마처럼 학생과 교사가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서면 안 된다. 학교가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c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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