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걸려도 출근한 유치원 교사 64.5%…대체 인력 부족에 출근 강행

모든 학교급서 최소 45% 이상 교사가 독감에도 출근
유치원 85%·중학교 82.1%는 대체인력 없다…교원 정원 부족

3월 3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전교조 주최 부천 유치원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 모습.(전교조 제공)

(서울=뉴스1) 조수빈 기자 = 전국 유치원 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이 독감 확진 상태에서도 출근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인력 부재와 조직 문화가 병가 사용을 가로막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3일 '부천 유치원 교사 직무상 재해 인정 촉구 및 교원 병가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0일까지 전국 유·초·중·고 및 특수학교 교원 6689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설립유형별 분포는 국·공립 교원 4205명(62.9%), 사립 교원 2484명(37.1%)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부천 유치원 교사 직무상 재해 인정 촉구 및 교원 병가 사용 실태 조사 결과.(전교조 제공)

조사 결과, 교직 경력 중 독감에 걸렸을 때 출근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유치원 교사가 64.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초등학교 49.3%, 중학교 47.0%, 고등학교 46.0% 순이었다. 특수학교 역시 48.6%로 절반에 가까운 교사가 감염병 상황에서도 근무를 이어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유아 교육 현장은 대체 인력 부족과 돌봄 공백 부담이 커 다른 학교급보다 출근 압박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모든 학교급에서 최소 45% 이상의 교사가 독감에도 출근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울산(70.5%)이 가장 높았고 경남·경북(65.6%), 전북(62.7%), 인천(61.7%)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59.7%)과 경기(59.1%) 역시 전국 평균을 웃돌며 대도시권의 과밀 학급과 업무 부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교사들이 병가 대신 출근을 선택한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전가되는 데 대한 미안함'(66.4%, 최대 3개 선택)이 가장 많았다. 이어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어서'(64.0%), '관리자의 부정적 태도나 압박'(44.3%)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인력 부족이 동료 간 부담을 가중시키고, 조직 문화가 병가 사용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사 유고 시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 체계가 '없다'는 응답은 유치원 83.6%, 중학교 82.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초등학교(63.3%)와 특수학교(57.0%)도 절반 이상이 체계 부재를 호소했다. 지역별로는 제주(73.3%), 서울(71.1%), 경기(69.5%) 등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인력 공백 문제가 특히 심각했다.

전교조는 이러한 원인으로 '학생 수 중심'의 교원 정원 산출 방식을 지목했다. 학생 수가 많은 수도권일수록 오히려 대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은 현행 기준이 실제 학교 운영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어 △대체 인력 지원 체계 구축 △교원 정원 산출 기준을 학급 수 중심으로 전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추가 정원제 도입 △감염병 시 병가 사용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아울러 사립유치원 구조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전교조는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립유치원의 법인화를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재정 지원이 아닌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한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