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없을 배움, 결석 할 수 없었다"…85세 '유퀴즈' 김정자 할머니 졸업

2년전 최고령 수능생 기록…숙대 사회복지학 전문학사
손녀는 '동문 선배'…"아동학 공부, 아이들에 희망 줄 것"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이었던 김정자 할머니(85)가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학위수여식에서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왼쪽), 유종숙 미래교육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한번 지나간 배움은 다시 못 배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결석은 안 하려고 했죠."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으로 주목받았던 김정자 할머니(85)가 27일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썼다. 2년간 사회복지학 전공 과정을 마치고 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그는 아동학 연계전공(4년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만난 김 할머니는 졸업 소감을 묻자 "2년 동안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고, 주위 사람들이 많이 도와줘 재밌게 졸업하게 됐다"며 "그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졸업생 대표로 답사도 맡았다.

김 할머니는 손녀와 같은 숙명여대 졸업생이 됐다. 이에 대해 그는 "이제 둘 다 숙대 출신 아니냐"며 웃은 뒤 "손녀가 '할머니는 내 후배야'라고 하면, 제가 '그래, 선배님 감사합니다'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지내던 손녀는 김 할머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귀국해 이날 졸업식에 참석했다.

김 할머니의 다음 목표는 아동학이다. 그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서 아동학을 공부하고 싶다"며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주고 싶어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 공부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말이 대학생이지 공부를 잘 못한다"며 "대학교 공부는 고등학교 공부와는 천지 차이였다. 특히 리포트 쓰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이었던 김정자 할머니(85)가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학위수여식에 앞서 열린 언론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2026.2.27 ⓒ 뉴스1 최지환 기자

그럼에도 그는 컴퓨터 대신 A4 용지에 직접 손으로 리포트를 쓰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는 "리포트 과제를 제출하려고 A4 용지 3장 이상을 썼다"며 "잘못 쓰면 다시 쓰느라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교무실을 찾아 모르는 부분을 물었고, 교수의 설명 중 중요한 내용은 줄을 그어 집에 돌아가 다시 노트에 정리했다. 교재는 학교용과 집에 둘 책을 각각 한 권씩 구입해 반복해서 읽었다. 그는 "처음 한 달은 교수님 말씀이 거의 이해되지 않았는데, 방학쯤 되니 조금씩 알게 됐다"며 "반복해서 공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께 질문을 많이 드렸는데, 그때마다 친절히 알려주셔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통학도 만만치 않았다. 지하철을 이용해 왕복 3시간 30분가량이 걸렸다. 허리 수술 이후에도 그는 '결석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택시를 타고 학교에 나왔다. 그럼에도 "한번 지나간 배움은 다시 못 배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년간 1번의 결석 빼곤 성실히 학교에 다녔다"고 했다.

대학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과목은 '사회복지론'이라고 했다. 그는 "한부모 가족이나 혼자 사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남았다"며 "모르는 것보다 제대로 배워야 혜택도 정확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캠퍼스에서는 젊은 학생들의 도움도 받았다. 그는 "책가방을 들어주거나 택시를 잡아주고, 학교까지 데려다준 학생들이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한 여학생이 '할머니, 유퀴즈에 나오셨죠.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을 건넨 적이 있다"며 "그럴 때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 최고령 수험생이었던 김정자 할머니(85)가 27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전기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학위수여식에서 문시연 숙명여대 총장(왼쪽), 유종숙 미래교육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27 ⓒ 뉴스1 최지환 기자

김 할머니는 손주와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 영어 공부도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영어 시험도 도전해 봐야죠"라며 웃었다.

졸업식을 마친 뒤 그는 아들, 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손녀가 졸업을 축하해주려고 미국에서 왔다"며 "오늘은 좋은 데 가야죠"라며 웃었다.

끝으로 김 할머니는 새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에) 다니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며 "처음 발을 딛는 게 가장 힘들지만, 한번 시작하면 계속할 수 있다. 꾸준히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김 할머니는 지난 2023년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당시 '수능 최고령 수험생'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전국 평생학습교육원 제22회 대회에 응시해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