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교육,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기고]
이지은 경기 봉담중 교사(정보·컴퓨터)
요즘 러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러닝은 하나의 운동을 넘어서 새로운 트렌드가 됐고, 관련 산업까지 활기를 띠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가 인기인 것도 이런 흐름 때문이다.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은 완주 자체를 목표로 하기도 하지만, 더 좋은 기록을 위해 속도를 조절하며 달린다. 또한 방향을 알고 코스를 미리 파악하는 것은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기에 오래달리기를 위해서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교육도 비슷하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교육일수록 긴 호흡과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관심받기 시작한 인공지능(AI)은 이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이재명 정부는 현시대를 '인공지능 시대'라고 규정하고, 2026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인공지능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 역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방안'을 통해 초·중·고등학교의 인공지능 교육 시수를 늘리고 인공지능 중점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공지능 교육을 위한 기회는 열렸고 기반도 갖춰졌다. 이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할 시점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교육에 진심인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 초 '딥시크 쇼크'를 일으키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방대한 데이터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중국의 인공지능 전략은 다시 주목받았다. 그렇다면 중국은 학교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중국은 올해 9월부터 모든 초·중학교에서 인공지능 교육을 의무화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매년 최소 8시간 이상 인공지능 수업을 받는다. 이는 체계적 교육 기반을 갖추는 조치로 볼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윤리 교육도 함께 진행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기 전에 먼저 규칙과 기준을 세운 것이다. 방향을 먼저 정한 점은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첫째,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방식으로 답을 생성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 이런 답이 나왔을까?' 하고 질문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많은 영역에 활용된다면 '답을 찾는 능력'보다 ‘'을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둘째, 책임 있게 사용하는 태도와 윤리의식을 함께 길러야 한다. 인공지능은 우리 삶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잘못 사용하면 개인정보 유출, 저작권 침해, 허위 정보 공유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친구의 사진을 생성형 인공지능 앱에 업로드하거나, 인공지능이 만든 글을 본인 작품처럼 제출하는 일은 쉽게 벌어질 수 있는 사례다.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 허용되는 행동과 피해야 할 행동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는 인공지능 시대의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책임이다.
셋째, 생활 속 사례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배워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지도 앱, 추천 알고리즘, 음성 비서 등 일상 곳곳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술을 학생들의 경험과 연결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고 흥미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영상 플랫폼에서 어떻게 맞춤 영상을 추천하는지 살펴본다면 인공지능은 사람의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익숙한 사례를 기반으로 학습한다면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더 쉽게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라톤에서 길을 잘못 들면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인공지능 교육도 마찬가지다. 어떤 목표로, 어떻게, 왜 가르쳐야 하는지 먼저 논의해야 한다. 방향이 분명할 때 속도도 비로소 의미가 있다. 명확한 방향을 세운다면 우리나라도 인공지능 시대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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