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시 제3자 녹음 가능 법에…"교실, 감시 공간 될 것"

교원단체 반발…"헌법 정면으로 거슬러"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학대에 취약한 아동·노인·중증장애인을 위한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5.11.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교원단체들은 21일 아동·노인·중증 장애인 등에 대한 학대가 의심될 경우 제3자의 타인 간 대화에 대해 녹음을 가능하게 한 개정안에 반발하며 일제히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중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교실 현장을 '감시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교총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교실이 불신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질되어 교육 현장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교원은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수업·상담·지도 과정에서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또 특수·통합교육과 관련해 "녹음 우려는 특수교사의 교육적 상호작용을 위축시키고, 장애 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여 통합학급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결국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는 "아동·장애인 학대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통합교육 및 특수교육 현장을 상시 감시 공간으로 만들고, 교사를 언제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위험한 입법"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과 통신의 자유, 현행 '신비밀보호법'체계를 정면으로 거스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과도한 신고와 수사로 고통받고 있는 교사들을 '언제든 녹음 파일 하나로 학대 가해자로 몰릴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것"이라면서 "학대 피해자 보호라는 과제를 '제3자 몰래녹음'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은 학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은 "학교는 가정이나 보호시설과 달리, 신뢰와 관계 형성이 핵심인 교육 공간"이라며 "최소한 학교는 (법 대상의) 예외로 해야 하며, 교실의 대화를 비밀녹음이 허용되는 영역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법을 발의하며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사례를 들었다. 주 씨는 지난 2023년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의 학대를 의심해 책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정황을 파악하고 특수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아동학대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2심은 불법 녹음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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