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먼저인가, 디지털 기초소양이 먼저인가 [기고]

최현종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최현종 한국교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예로부터 내려오는 논쟁하기 좋은 질문이다. 우선 철학 혹은 논리학적 관점은 닭이 알을 낳는 것이기 때문에 닭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생물 혹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닭의 조상이 낳은 알에서 유전 변이로 닭이 됐기에 알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닭 혹은 알이 먼저냐의 문제는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한다. 최근 이슈가 되는 인공지능(AI) 교육 현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공지능 교육이 먼저인가' 혹은 '디지털 기초 소양 교육이 먼저인가'라는 문제로 고민하는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

인공지능이나 디지털이 사회, 경제, 교육적으로 이슈화하는 이유는 산업이나 경제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는 이미 인공지능이나 디지털화가 국가나 산업의 성장 척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명 정부도 여러 국가 정책 중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이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인공지능이고, 교육 분야에서는 인공지능 교육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교육을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디지털 기초 소양 교육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 교육이 먼저인가, 디지털 소양 교육이 먼저인가를 묻는 이들이 많다.

이 문제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없는 질문이다. 학문 혹은 교육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인공지능은 컴퓨터과학이란 학분 분야를 구성하는 하나의 세부 학문이고, 디지털 기초 소양은 인공지능이나 컴퓨터 등을 포함한 디지털 생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 소양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조건으로 디지털 기초 소양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 이석영 Created with ChatGPT & Adobe Firefly

3년 정도 전에 서울 소재 대학에 근무하는 후배 교수가 재미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서울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코딩 교육이 몇 시간이나 교육되고 있는지 모든 학교를 조사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17시간 정도를 교육하고 있었다. 6년 동안 단 17시간이다.

이에 비해 서울 소재의 사립 초등학교에서는 공립 초등학교보다 평균 135시간이 많은 시간을 교육하고 있었다. 특정 학교의 경우에는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파이선이란 텍스트 프로그래밍 언어로 드론 군집 비행 활동까지 경험했다고 한다.

이런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는 세대 간 격차뿐만 아니라 지역과 사회 경제적 격차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더 이상 늦기 전에 공교육이란 틀 안에서 디지털 기초 소양 교육의 측면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2022년 발표한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학교 학생들의 언어와 수리 능력은 평균 이상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에서 국어와 수학 교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서 국가 교육과정에서 언어와 수리를 기초 학력으로 지정했고, 매년 평가를 실시해 미도달 학생들은 보완 지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올해부터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기초 학력으로 언어, 수리와 함께 디지털 기초 소양을 새롭게 규정했다. 디지털 기초 소양이 안정적으로 학교 교육에 안착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핵심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수리 능력 교육처럼 별도의 독립 교과로 초등학교부터 교육해야만 하고, 또한 매년 체계적인 평가와 미도달자를 위한 보완 교육이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지금까지 학생들을 교육해 왔다. 이제는 디지털 시민의 한 사람으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즉 디지털 홍익인간으로 키워나가야만 하는 시기에 디지털 기초 소양 교육을 제대로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은 국가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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