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녹음하면 불법? 그럼 장애학생은 어떡해"…주호민, 대법에 최후 호소
"특수학급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보호 수단…전원합의체 공개 변론 원해"
"아들 학대 혐의 교사 2심 무죄, 재검토 희망…그들은 자기 의사 표현 곤란"
- 김학진 기자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 웹툰 작가 주호민(42)이 자기 아들이 겪은 정서적 학대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가운데 "법은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지난 28일 주호민은 자신의 커뮤니티에 "대법원에서 제 아들 사건이 다뤄지고 있다"며 "특수학급에서 있었던 정서적 학대가 1심에서는 유죄였지만, 2심에서는 '부모가 대신 녹음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됐다"고 적었다.
이어 "일반 학급 학생이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것은 반대하지만, 특수학급이나 요양원처럼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녹음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이 문제를 두고 법학자, 국회의원, 변호사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으로 다뤄져, 법이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입장을 마무리했다.
앞서 2022년 9월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 A 씨는 수업 중 주호민의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주호민의 아내는 아들이 학교에서 겪은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외투 주머니 속에 녹음기를 숨겨 보냈고, 이 음성 파일이 학대 정황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제출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특수교사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몰래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 불법 감청에 해당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 이후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성안 교수는 "자폐 아동은 스스로 녹음할 수 없는데, 부모가 대신 녹음하면 불법이 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 김재왕 교수는 "장애인, 아동, 치매 노인처럼 스스로 대화를 녹음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녹음 외의 증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고,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같은 매체에서 "초원복집 사건 이후 만들어진 통신비밀보호법이 이제는 약자의 입을 막고 있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CCTV도 증인도 없는 사각지대에서 녹음은 진실을 밝히는 유일한 기술"이라며 "이번 사건이 사회적 약자 보호의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며, '제3자에 의한 녹음'이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khj8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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