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수학 중간고사서 교육과정 외 문제 다수…최대 33% '무관'

16개 고교 분석…영어는 대학생 수준 문항까지 출제
사교육 과열 강남·서초 많아…"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사진 내용은 기사와 무관함) /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고등학교의 1학년 수학 중간고사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 다수 출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의 경우 일부 학교의 중간고사 최고 난도가 대학생 수준으로 출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이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2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 16개 고등학교의 2025년 1학기 내신 수학·영어 기출문제 분석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분석은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9일까지 진행됐다.

16개교 수학 시험 문항은 총 370개였으며, 이 중 18.4%인 68개 문항이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학교는 교육과정 외 문항 비율이 20%를 넘었으며, 가장 극심한 학교는 3문항 중 1문항(33.3%)이 교육과정과 무관했다.

특히 서울의 사교육과열지구에 위치할수록 교육과정을 준수하지 않은 문항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걱세에 따르면 서울 강남·서초구 4개교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의 평균 비율은 17.7%였다. 비사교육 과열지구인 구로·금천구(11.8%)보다 약 6%포인트(P) 높았다.

또 의대·서울대 진학 실적이 상대적으로 높은 8개교의 비율은 25.2%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학교 유형별로는 자사고·특목고 8개교의 비율이 20.8%로, 일반고(16.0%)보다 4.8%P 높았다. 일반고에서 사교육과열지구와 대입실적이 우수한 학교를 제외하면, 격차는 9.7%P로 더 커졌다.

영어의 경우, 모든 학교가 교과서보다 어렵게 중간고사를 출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걱세가 문장 길이·어휘 난이도 등을 반영한 ATOS 지수로 분석한 결과, 중간고사 최고 난도 평균은 미국 고3 수준이었다. 반면 16개교가 채택한 교과서 8종의 최고 수준 평균은 미국 중2 수준이었다.

모든 학교가 공통으로 교과서 최고 수준보다 내신 시험 최고 수준이 1학년 이상 높았고, 이 중 11개교는 격차가 3학년 이상이었다. 가장 격차가 큰 학교는 교과서가 미국 중1 수준이었고 중간고사는 대학교 2학년 수준이었다.

특히 교과서와 내신시험의 수준 차이가 3학년 이상인 학교는 16개 학교 중 11곳에 달했다. 교과서와 중간고사의 차이가 가장 큰 B 고등학교로, 교과서는 미국 중1, 내신시험 최고 수준은 대학교 2학년 수준으로 확인됐다.

사교육 과열 지역일수록 차이는 더 컸다. 강남·서초구 4개교의 평균 난도는 8.89학년으로 구로·금천구(7.63학년)보다 1.26학년 높았다. 시험 최고 난도 역시 과열지구가 12.18학년으로, 비과열지구(11.63학년)보다 높았다.

내신시험의 평균 수준은 △외국어고 9.06학년 △자사고 8.94학년 △사립 일반고 8.73학년 △공립 일반고 8.01학년 순이었다. 의대·서울대 진학 상위 8개교는 평균 수준이 9.10학년으로, 나머지 8개교(8.26학년)보다 0.84학년 높았다.

사걱세는 "이처럼 내신시험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 출제되는 문제가 지속될 경우 학생들은 대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며 공교육에 대한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을 향해선 "내신시험의 교육과정 준수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에 대해선 "'선행교육 규제법'의 집행을 철저히 하기 위해 관련 부서와 유관 기관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선행학습 예방센터' 기능 강화를 주장했다.

사걱세는 "'내신 킬러문항' 출제로 인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고교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출제 방향을 고교 교육과정에 부합하도록 쇄신하는 제도 개선을 시급히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row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