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이분법적 찬반 논쟁 넘어서야 할 때 [기고]

[고교학점제 논란] ②김인엽 공주대 사범대학 교수
핵심 쟁점과 과제, 냉정하게 짚고 개선책 마련해야

편집자주 ...시행 반년이 지났는데도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무엇을 살리고, 바꿔야 할지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뉴스1은 고교학점제에 관한 실천과 연구 경험을 가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함께 연속 기고를 마련했다. 3명의 전문가가 현장 경험과 쟁점,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본다.

김인엽 공주대 사범대학 경영·금용교육과 교수

2025년 들어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의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부터 반드시 안착시켜야 한다는 요구까지 교육 현장은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지금 필요한 것은 찬반의 이분법적 논쟁이 아니라 제도의 핵심 쟁점과 과제를 냉정하게 짚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우선, 교원단체의 반대 목소리에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학생의 학업 격차로 인해 교육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낙인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최소 성취 수준을 보장하는 지도가 쉽지 않고, 교사에게 다(多)과목 지도의 부담이 집중되는 문제도 크다. 특히 지역 간 교육 인프라의 격차는 학점제 운용에 있어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반대로 찬성하는 측은 고교학점제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열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라고 주장한다. 획일적 표준화 교육과정을 넘어 학생의 수준과 적성, 능력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이다. 또한 단순히 출석 일수만으로 졸업을 인정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책임교육을 구체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고교학점제는 그 실천적 매개가 될 수 있다.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월 16일 충북 청주 엔포드호텔에서 열린 '부총리-시도교육감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교육부·국가교육위, 대입 연계 개편 서둘러야

그렇다면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과 대입 제도의 연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대입 유불리에 따른 과목 선택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 선택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또한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공동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 간 연계를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몇 가지 구체적인 보완책이 요구된다. 첫째, 기간제 교사 임용에 의존하는 대신 충분한 정규 교원을 선발·배치해 안정적인 학점제 운용을 담보해야 한다. 둘째, 대학의 학사 행정 수준에 준하는 행정지원체제를 마련해 교사가 수업과 행정을 동시에 떠맡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교사 수업시수를 표준화해 그에 따른 보상을 제공하는 '표준시수제'를 도입해 수업의 질과 교사의 사기를 함께 높여야 한다.

넷째, 진로 및 직업과 관련된 과목의 경우 직업계고등학교의 17개 교과군과 연계해 운영함으로써 교사의 수업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예를 들어 경영금융 교과군(창업일반·회계원리), 보건복지 교과군(보건의학 기초·사회복지 기초), 관광레저 교과군(관광 서비스·호텔 경영), 정보통신 교과군(프로그래밍·네트워크 기초) 등은 일반고 학생들에게도 실질적인 진로 탐색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과목군이다.

끝으로 교사의 책임과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 담임제 존속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대다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담임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사노동조합연맹, 행복한교육학부모회 등이 3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미이수 제도 폐지 등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내신 절대평가 전환하려면 성취율 유지돼야

교원단체 중심으로 학점제의 이수 기준에서 성취율을 없애고, 과목 출석률만으로 변경하자는 주장을 했고,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곧 논의하게 된다. 즉 성취율이 강조되면 학교 교육이 과정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변질될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향후 내신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려면 성취율은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는 일부 학생을 위해서 추가 이수제를 활성화하여 학점 이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결코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지금은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되살려야 할 시점이다. 교육의 본질은 모든 학생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고교학점제가 이러한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는 제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