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개선안에도 현장 혼란…"'최성보' 완화 실효성 없어"

교육부, 최성보 유연화·교원 정원 확대 등 발표
"한 학교 교사 1명 확대론 어림 없어"…불신 여전

고교학점제 수업을 시행 중인 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장성희 기자 = 교육부가 고교학점제에 대한 현장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 완화 등이 담긴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교사들 사이에선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며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2학기가 시작한 뒤 각 학교는 벌써부터 시간표 편성 등 내년도 학사 운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발표되지 않으면서, 교실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25일)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최성보 유연화 지침'을 포함해 △교원 정원 추가 확보 △생활기록부 기재 분량 조정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한 추가학습 등이 담겼다.

최성보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문제 삼은 정책이다. 성적 하위 40%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방·보충 수업을 진행하는 게 최성보의 핵심인데, 이미 2과목 이상의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성보 완화에도 교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미 업무가 몰린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보충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완화' 정도로 수습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보충수업이 잘 이뤄졌다며 서류를 꾸미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세종에서 근무하는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최성보 보충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현장에선 20 시수든 15 시수든 상관없다"며 "최성보 자체를 없애는 정도가 아니라면 그다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교사노동조합연맹 고교학점제 대응팀장은 "(최성보를 거쳐) 학생들을 이수시켜야 하는 교사 입장에선 (보충수업 대신) 학생들에게 유인물을 풀어오라고 시키거나 EBS 강의를 하나 듣게 한다"며 "선생님들은 '이게 뭐가 바뀐 것이냐'고 말씀하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부의 교사 수 확대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날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년 대비 1600명 늘린 중등교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개별 현장에서 체감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 씨는 "만약 교사를 늘린다면, 교사가 많이 필요하다. 한 학교에 선생님 한 명 늘어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며 "게다가 과목도 달라 교사 수 확대가 현장에서 크게 체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고등학교는 총 2380개교다.

교육부는 최성보 등 교육계가 지적하는 사안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교위원 8명이 이날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2기 국교위가 진용을 갖추고 교육계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발표하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진통은 불가피하다. 벌써 교실에선 앓는 소리가 나온다. 각 학교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내년부터 본격적인 선택과목 수강에 나서는 고2 학생들의 시간표와 반을 편성하고 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가 좀처럼 현장에 안착되지 않고, 추후 제도가 추가로 조정될 수 있어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데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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