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장관' 최교진 첫 시험대…탈 많은 고교학점제 논란 잠재울까
시행 첫해부터 논란…교사·학생·학부모 모두 부담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첫 과제로 맞닥뜨린 고교학점제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다. 시행 첫해부터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혼란이 극심한 만큼 향후 현장 불만을 최소화할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된 고교학점제는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고 학점을 받는 제도다. 고교 1학년 때에는 공통과목을, 2·3학년 때에는 선택과목을 이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졸업장을 따려면 3년간 192학점 이상 이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과목당 '3분의 2 이상 출석, 학업성취도 40% 이상'이라는 '최소 성취수준'을 충족해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최소 성취수준을 채워 졸업할 수 있도록 보장 지도할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는 시행 한 학기 만에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잇따르면서다. 일각에서는 폐지론까지 주장한다.
교사들의 원성이 특히 높다. 폭증한 업무량 때문이다.
특히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가 일을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학습 의지가 부족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기준을 충족하려면 따로 보충 수업을 하거나 맞춤형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커진다. 학업성취도 낮은 학생을 최소화하려고 지필평가 난도를 일부러 낮추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교사 1명당 담당 과목 수도 증가했다. 한국교총·전교조·교사노조 등 교원 3단체가 지난달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실태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교사 10명 중 8명은 2과목 이상 수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업무도 잔뜩이다. 가르치는 과목이 늘면서 학생 1인당 최대 500자까지 채워야 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학생·학부모 불만도 적지 않다. 학생들은 배우고 싶은 과목 대신 내신에 유리한 과목을 택하려 눈치싸움 중이다. 내신 상대평가 유지로 학생 수가 적은 과목을 들을 경우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로·적성을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는데도 과목 선택을 강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첫 시행에 정보 부족을 호소하며 사교육에 기대는 모양새다. 학원가에서는 이를 타깃으로 한 고교학점제 컨설팅이 성행 중이다.
최 부총리도 고교학점제 개선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취임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고교학점제에 대해 현장에서 염려하는 부분들을 빠르게, 먼저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의 첫 방문지가 고교학점제 현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고교학점제 자문위원회를 거쳐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완화하는 내용의 고교학점제 개편안을 국가교육위원회와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고했다. 교원단체 의견을 수용해 선택과목을 듣는 2학년부터 최소 성취수준 기준을 출석률 하나로 줄이고, 학생부 기재 분량을 줄이는 게 골자다.
하지만 해당 안을 놓고 일부 반발도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5개 교육단체는 "우리는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에 대한 최소한의 공교육 책무성을 사수해야 한다"며 "고교학점제의 핵심인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철회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단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도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해 기초학력을 보장해야 한다"며 "선생님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의 학업성취를 이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 개선안은 결국 최 부총리 손에 달렸다. 이견이 첨예한 만큼 갈등을 최소화할 최 부총리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만약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현장의 의견을 들으며 고교학점제 시행에 있어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모을 것"이라며 "이후 대응책을 마련해 학교 현장과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초·중학교 때부터 학업성취도 전수조사 등을 통해 미달인 학생들에 대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교사 정원 증원 문제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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