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야?…우리말의 오·남용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 = 가끔 뉴스를 듣다 보면 우리말인지, 외국어를 번역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자에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 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는데 번역투의 문장을 사용하는 것은 아주 나쁜 언어 습관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다수의 러시아인들에게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은 러시아 땅으로 여겨지고 있다."

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장은 주격 조사도 바람직하지 않고, 서술어도 서구식 표현으로 돼 있다. 이것을 바르게 고치면 아래와 같다.

"다수의 러시아인들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 도네츠크)을 러시아 땅으로 여기고 있다."

외국어식 번역투와 피동 남발…신뢰와 품격 훼손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래에 있는 문장이 조금 더 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우리말은 수동태가 없기 때문이다. 위에 있는 문장은 오래 전 신문에 난 것을 발췌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자들이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신문에 기사를 실을 때는 기본적으로 우리말 표기법에 맞춰야 한다. 수동태라고 하는 개념은 중학교 영어 시간에 배우듯이 외국어에서나 발달한 표현법이다.

①학생들이 의경에 의해 체포되어졌다.

②의경들이 학생들을 체포하였다.

③자동차를 가로수 밑에 주차시켰다.

④자동차를 가로수 밑에 주차하였다.

위의 문장들은 모두 신문에 나왔던 것들이다. 실제로 방송에서 ①, ③과 같이 말하거나 쓰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온전한 표현법이 아니다. ②와 ④처럼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굳이 수동태로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일부러 그렇게 쓸 필요가 없다. ①번 글이 요즘 많은 기자가 사용하는 방식이라 제일 먼저 써 보았다. 기자가 일단 문자화하면 일반인은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신문 기자는 정론·직필의 정신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체포되어졌다" "생각되어집니다" "~같아요"

어느 학교의 보직 교수 중 한 명도 말 머리마다 '어떤'이라는 발어사를 달고 다닌다. 또 다른 교수는 "~~라고 생각되어집니다""라는 표현을 엄청 자주 사용한다. 물론 이 교수들이 한국어 전공도 아니고, 외국에서 오랜 기간 공부하고 한국에 와서 강의하다 보니 외국어식의 표현 방법이 남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강의한다면 적어도 한국어 표현법 정도는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영어식의 표현법을 섞어서 쓰는 것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이라는 표현은 영어의 'a'를 우리말에 적용하는 예라고 할 수 있으며, "~~라고 생각되어집니다""라는 표현은 영어도 아니고 지나친 피동형의 남발이다. 왜냐하면 언어는 항상 말하는 사람(화자)이 생각하는 것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각되다'는 말도 피동이고 '~어지다'는 말도 피동이다. 그렇다면 피동의 피동형을 사용하는 것이니 말이 되지 않는다. 자신 없는 표현의 대표적인 문장이다. 항상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해야 정확한 것이고 "이렇게 생각됩니다"라는 것은 남의 주장을 하듯이 하는 말로 자신감이 없는 표현이다.

정확하고 자신감 있는 표현 사용해야

자신감이 없는 표현의 대표적인 것으로 "~~같아요"라는 말이 있다. 글 쓰는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단어다. 사실 요즘 학생들이 대부분 말에 자신감이 없다. 그러다 보니 "~~입니다"라는 표현보다는 "~~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거 좀 비싼 것 같아요.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비 오는 것 같은데…….

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밖에 틀림없이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비 오는 것 같아요"라고 하니 웃을 수도 없는 우리말의 현실이다. 비싸면 비싸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않고 "비싼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것도 그렇다.

언어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일상 대화에서는 완곡어가 허용되지만, 공적 글과 기사에서는 가장 정확하고 세련된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서구적인 표현이나 국적 없는 말을 늘어놓는 것은 한국인답지 못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바르게 쓰는 것이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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