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2위 후보 총장 선임 논란…학생회·교수 반발

이사회에서 총장선거 2위 후보자 차기총장에 선임
총학 "민주적 투표결과에 반하는 결정…철회하라"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전경. /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성신여자대학교가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한 선거에서 2위를 한 후보자를 총장으로 선임해 재학생과 일부 교수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내 민주화 과정을 거쳐 총장직선제를 도입한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25일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학교법인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 성신학원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이성근 경영학과 교수를 성신여대 제12대 총장에 선임했다.

이사회는 총장후보자 선거에서 최종 1·2위를 한 성효용 경제학과 교수와 이 교수를 대상으로 소견 발표와 면접을 실시한 뒤 논의 끝에 이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했다. 성신학원 정관에 따라 대학 총장은 교원·직원·학생·동문이 참여하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추천된 후보 2인 중 1인을 임명한다.

그러나 총장후보자 선거에서 최종 1위를 한 성 교수가 아니라 2위를 한 이 교수가 총장에 선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총장후보자 선거에는 총 5명의 교수가 출마했다. 지난 12일 실시한 1차 투표에서는 이 교수가 37.0%의 득표율로 1위, 성 교수가 28.3%의 득표율로 2위를 기록했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1·2위를 대상으로 지난 13일 결선투표를 실시한 결과 성 교수가 50.2%의 득표률로, 49.8%를 득표한 이 교수에 0.4%p 차이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구성원의 민주적 투표 결과에 반하는 이사회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날 오후 1시 돈암수정캠퍼스 정문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지원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총장직선제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에서는 이사회에서 결정이 뒤집힌 사례가 있지만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직선제를 실시하는 대학에서 이렇게 뒤집힌 경우는 없다고 알고 있다"며 "다른 대학에서도 선례가 될 수 있어 크게 대응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9년부터 학내 분규를 겪었던 성신여대는 2018년 개교 이후 처음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했다. 교수뿐 아니라 직원, 학생, 동문이 모두 선거에 참여한다. 이번이 두번째 총장 선거다. 2018년 첫 선거에서는 양보경 현 총장이 53.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고, 총장에 취임했다. 당시 양 총장과 2위 후보자 간 득표율 차이는 6.4%p였다.

학교법인 관계자는 "21일 이사회에서는 사전 제출한 대학발전계획서와 공약집, 이날 발표와 면접에 의해 총장을 선임했다"며 "이사들이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는 아니었고, 이사 8명 중 7대 1로 이 교수를 총장으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지난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사회는 2위 득표자를 총장으로 선임하며 구성원의 선택과 민주주의를 저버리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사회 논의 과정이 어떠했고 그 나름의 이유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계없이 구성원의 민주적 투표 결과에 반하는 이사회의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성신학원 법인 이사회는 낮은 법정부담금 납부 등 이사회의 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해왔다"며 "후보자 추천인 2인 중에 총장을 임명한다는 정관을 운운하며 권리만 주장하는 이사회를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제12대 총장 선임 결과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성신여대 동문 교수 등 일부 교수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번 총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던 김봉수·김옥임·신용수 교수와 1위에 올랐던 성효용 교수 등 4명도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총장으로 입후보했던 입장에서 구성원의 민주적 총의를 저버린 이사회의 형태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 대학은 오랜 갈등과 분열을 거쳐 4주체가 총장선거와 대학운영에 참여하는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했다"며 "하지만 이사회에서 2위자인 이성근 후보를 총장으로 선임함으로써 20여년 전에 겪었던 분열과 혼돈이 다시 우리 곁을 엄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했던 김봉수 법학과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결선투표 결과가 근소한 차이였고 이사회가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다고 정관에 규정돼 있기는 하다"면서도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금 성신학원 이사들은 대부분 성신여대와 무관한 사람들이 학내 민주화 과정에서 추대돼 이사로 선임된 분들이다. 즉, 오너 이사회도 아니고 사학 민주화라는 공익적 이유에서 이사가 된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총장을 임명해 버린 것"이라며 "민주세력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가장 비민주적 작태를 보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