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수학 82점, 문과 2등급·이과 1등급"…'文 불리' 또 확인

6월 모평, 공통과목 어려워…중위권 이하 '미적분' 선택 가능성도
"이과생 '교차 지원' 많지 않을 것…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비상"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3일 울산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2021.6.3/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통합형으로 개편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에서 문과생이 이과생보다 열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6월 모의평가'에서 이러한 기조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학의 경우 선택과목 간 격차가 커 같은 점수를 받아도 문과생이 등급이나 표준점수에서 손해를 보고 있어 대입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평가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3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가 시행됐다.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치러진 지난 3월·4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와 다르게 졸업생도 참여할 수 있어 총 48만2899명이 응시 원서를 냈다.

교육계 관심은 수학·국어에 '공통과목+선택과목' 방식이 적용돼 문·이과 구분 없이 시험을 치르고 성적도 같이 산출하는 상황에서 평가원이 주관한 모의평가에서도 앞선 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과 마찬가지로 문·이과 격차가 벌어질지에 쏠렸다.

입시업체들이 분석한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 예상치만 놓고 보면 이번에도 문과생이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다.

종로학원·대성학원·메가스터디·이투스·EBS 등 업체가 수험생들의 가채점 성적을 바탕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이날 오전 11시 기준 원점수 기준 국어·수학 과목별 1등급 커트라인은 △국어 언어와매체 84~88점 △국어 화법과작문 89~90점 △수학 확률과통계 86~88점 △수학 미적분 81~84점 △수학 기하 83~86점 등으로 나타났다.

국어의 경우 공통과목과 함께 '언어와매체' '화법과작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고, 수학은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한 과목을 치르게 된다.

국어는 문·이과로 나뉘기보다 상위권 수험생이 난도가 높은 문법 문항이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평가되는 언어와매체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수학의 경우 문과생은 확률과통계를, 이과생은 미적분이나 기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학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 예상치를 보면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경우 86~88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미적분을 고른 경우 81~84점을 받으면 1등급이 나오는 것과 비교해 최대 7점을 더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에서도 격차가 있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했다면 만점을 받아도 141~142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 반면 미적분은 만점을 받을 경우 145~147점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최대 6점이 차이가 난다.

이투스의 분석 자료만 놓고 보면 확률과통계 선택 수험생은 원점수 기준 82점을 받으면 2등급에 127점의 표준점수를 받게 된다. 반면 미적분을 고른 수험생은 같은 82점을 받아도 1등급을 받고 표준점수도 133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입시업계는 이번 6월 모의평가를 두고 국어와 수학 모두 공통과목은 어렵게, 선택과목은 상대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수학에 강점이 있는 이과생이 수학 상위 등급을 휩쓸어가는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서울 16개 고교 3학년의 3월 학평 성적(가채점)을 분석했더니 수학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가운데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비율은 6.0%에 그쳤다. 나머지 94.0%를 이과생이 쓸어간 셈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과생이 수학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도 상위권 이과생보다 표준점수에서 밀리게 된다"며 "같은 점수를 받아도 이과생보다 등급과 표준점수에서 손해보는 구조여서 문과생으로서는 노력 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불리한 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 "선택과목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높으면 표준점수를 높게 받는 만큼 문과생이라고 해도 중위권 이하의 경우 향후 확률과통계 대신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든 미적분을 선택하든 정답 비율이 높지 않다면 미적분 선택집단으로 옮겨 표준점수에서 이득을 보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과생이 수학 성적을 등에 업고 대입에서 인문·상경계열로 '교차 지원'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과계열은 수능에서 과학탐구나 미적분 또는 기하 응시를 지원 자격으로 명시한 곳이 많지만 인문·상경계열은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아 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린 이과생 유입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메가스터디는 이와 관련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수험생 대부분은 중상위권 자연계열에 지원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수험생과 모집단위가 대부분 다를 것"이라며 "이과생이 문과로 넘어오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대입 수시에서 문과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는데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수학에서 이과생이 대부분 상위 등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영어도 EBS 연계율 하락과 직접연계 폐지로 상위 등급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문과생의 불리함을 너무 의식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면서도 "문과생이 수시에서 수학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춰야 하는 모집단위에 지원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 원주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송경민군(18)은 "문과생이 불리하다는 점이 계속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실제 입시 때는 문과생은 문과생끼리, 이과생은 이과생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면서도 "이 경우에도 수시 때는 이과생에 밀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경우는 나올 수 있어 긴장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hun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