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찍힌 성적표 나올까…대학가 '선택적 P/F 제도' 갈등 커져
연세대 총학 '총궐기 투쟁본부' 결성…'강경 기조'
한국외대 총학 "제도 도입에 따른 '의문·부작용'도 다수 존재"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대학가에서 1학기 성적산출 방식과 관련해 '선택적 P/F 제도'를 두고 대학과 학생 사이에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학생들은 비대면 시험 시행에 따라 유연한 평가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학들은 선택적 P/F가 해결방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17일 교육권 침해 사안에 대응하기 위해 '연세인 총궐기 투쟁본부'(투쟁본부)를 결성하고 대(對)학교 본부 기조를 강경하게 바꾼다고 밝혔다.
앞서 연세대 총학생회는 1학기 성적평가 방법으로 '선택적 P/NP 제도'를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부정행위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익대와 서강대 등이 도입을 결정한 선택적 P/F 제도는 이수한 강의에서 받는 성적이 D학점 이상일 경우 학생 선택에 따라 P(Pass, 통과)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해당 강의에서 '통과'만 받으면 성적표에는 A·B·C·D 등 기존 성적표기 방식이 아닌 P만 기재된다. P로 처리된 강의는 학점 평점을 계산할 때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어 1학기에 5개 강의를 수강했다고 할 때 한 과목에서 A+(평점 4.5점)를 받고 나머지 4개 강의에서 D를 받는다고 해도 D를 P로 변경하면 평균평점은 4.5점 만점이 된다.
연세대 총학생회가 요구하는 선택적 P/NP 제도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성적을 P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생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온라인 강의 시행 등 학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점을 고려해 성적평가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선택적 P/NP 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반발해 교무처를 항의방문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선택적 P/NP 제도가 기각된 사유를 설명하고 관련 논의가 이뤄진 교무처 회의록을 제공하라"라면서 "선택적 P/NP 제도 도입을 총학생회와 함께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선택적 P/F 제도 도입 요구는 연세대뿐 아니라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이 대학본부 측에 공통으로 요구하는 사항 가운데 하나다.
동국대 총학생회도 지난 15일 교무학생처 팀장과 과장이 참석한 간담회 자리에서 선택적 P/F 제도 도입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총학생회는 이날 교무학생처에 보낸 공문에서 "대학본부는 선택적 P/F 제도 도입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논의과정과 공식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란다"라고 재차 요구했다.
중앙대·성균관대·한양대·경희대 등도 현재 비대면 강의라는 특수성과 성적평가 타당성·공정성 등을 고려해 학교 측에 선택적 P/F 제도 검토·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선택적 P/F 제도 도입이 타당한 지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다수 존재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곳도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부정행위로 인한 평가 공정성 훼손 방지, 부실수업 평가기준 불확실로 인한 피해 방지, 학업 부담 완화 등 선택적 P/F 도입 효과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해소돼야 하는 의문과 부작용도 언급했다.
모든 강의에서 부정행위가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든 점을 고려할 때 선택적 P/F 제도 도입이 아닌 부정행위 방지 조치 점검·강화가 더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또한 "선택적 P/F 제도 도입으로 이번 학기 학점평점이 과도하게 상향 평준화될 경우 다음 학기에 이중전공과 기숙사 입사자 선발 등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학업성취기준이 과도하게 하향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도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나현 한국외대 총학생회장은 "선택적 P/F 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학내 행정부서가 의지를 갖고 바꿔야만 안정적으로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고 봤다"라면서 "당장에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도입했을 때 일어날 혼란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학기에도 온라인 강의가 진행된다면 학교·교수·학생이 함께 논의를 거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kingko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