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의 약속'…숙대부지 점유권자는 누구

숙대 "옛 황실, 사용허락" vs 캠코 "사용허가 철회"
24일 선고 한 차례 더 연기…내달 12일 변론재개

지난 2월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숙명여대 2013학년도 입학식.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938년 고종의 비이자 영친왕의 친모인 순헌황귀비는 당시 황실 재산을 관리하던 이왕직(李王職) 장관으로부터 자신이 설립한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현 숙명여대)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승낙을 받았다.

75년 전의 이 '약속'을 놓고 현 대한민국 정부와 숙명여대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다. 현재 숙대의 제1캠퍼스 부지로 사용되고 있는 국유지의 점유권이 과연 숙대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5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숙대에 변상금 약 74억원을 부과하면서 불거졌다.

그러자 숙대는 "구 황실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무단 점유가 아니다"며 같은 달 서울행정법원에 캠코를 상대로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또 숙대는 이 소송을 내면서 당시 이왕직 장관이 순헌황귀비에 준 토지 무상사용 승낙서도 공개했다.

숙대는 같은 이유로 변상금 12억원을 부과했던 용산구청과의 소송도 1994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캠코는 "당시 용산구청의 변상금 부과는 무상 사용 허가를 철회한다는 의사 표시"라며 "판결 이후 국유재산법이 개정되면서 사용 허가기간 만료 후 재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도 변상금 징수대상에 포함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숙대부지 점유권을 둘러싼 분쟁의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24일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에 이은 두번째 선고 연기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서 판결 선고 대신 "선고를 위해 중요한 쟁점 중 하나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다음달 12일 오후 2시 40분에 변론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abilityk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