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다"…'표표히' 떠난 한상대 총장

뇌물수수 검사와 성추문 검사 파문에 이어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이 충돌하는 검찰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 News1 안은나 인턴기자
뇌물수수 검사와 성추문 검사 파문에 이어 검찰총장과 대검 중수부장이 충돌하는 검찰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한 후 차에 오르고 있다. © News1 안은나 인턴기자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재진 앞에 선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았다.

사퇴 발표장에서도, 차를 타고 떠나는 1층 정문 앞에서도 한 총장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사퇴 발표에서 밝힌 것처럼 한 총장은 '표표히' 청사를 떠나갔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 한 총장의 사퇴 발표를 앞두고 회의실에는 취재진 100여명이 모여들었다.

10시 정각 회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의 한 총장이 회의실에 들어서자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쉬가 터졌다.

검찰 직원들의 곁을 지나 연단에 선 한 총장은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연단 위 한 총장의 곁에 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총장은 사퇴 발표에 앞서 연단 옆으로 나와 국민 앞에 허리 숙여 인사했다.

"저는 오늘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합니다"란 말로 발표를 시작한 한 총장은 발표문을 묵묵히 읽어내려갔다.

한 총장은 "고개숙여 사죄드립니다"라는 문단을 읽고는 다시 한 번 연단 옆으로 나와 고개를 숙여 사죄의 인사를 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다"고 말한 한 총장은 "검찰개혁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라며 짧은 사퇴의 변을 마무리했다.

470여일간 검찰총장직을 수행했던 한 총장이 직접 작성한 사퇴 발표문을 모두 읽는 데는 채 2분여가 걸리지 않았다.

사퇴 발표를 마친 한 총장은 잠시 집무실에 들렀다 채동욱 대검 차장, 정인창 대검 기조부장, 박계현 대검 대변인 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왔다.

한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최재경 중수부장을 포함해 대검 간부들은 1층 로비에서 한 총장을 마지막까지 배웅했다.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한 총장은 취재진 질문에 "검찰을 잘 부탁한다", "(완수하지 못한 개혁은)남은 후배들이 잘 할 것이다" 등 말을 남기고 대검찰청사를 떠났다.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두고 최근 검찰 내부에서 큰 진통을 겪은 것과 달리 떠나는 한 총장의 뒷모습에는 말이 없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