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청 간섭은 위헌" 조희대 작심발언…'강대강' 대치 계속되나
[국감초점]국감서 6분간 선서·증언 거부 사유 낭독
대법관 공백 장기화 우려…천대엽 후임도 불투명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인 조치"라며 대법관 재제청 관련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 및 답변 요구를 정면 비판했다.
또 청와대가 재제청 사유로 든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법원행정처가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방안을 타진한 것에 대해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여권 측 지적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국회에서 증인으로서 답변할 수 없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법원장 제청권과 관련한 본질적인 권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 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의중이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더 나아가 탄핵 추진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조 대법원장의 작심 발언으로,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가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부득이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며 그 사유를 하나하나 짚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재판 관련 사항"이라며 아예 답변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국감에서는 의원들 질의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대법관 제청에 관한 증언을 요구하고 있어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고, 공문 내용만으로는 그 취지를 알기 어려웠다"고 짧게 언급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데 그치는 듯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김 의원이 "사법부가 치외법권 지역이냐"며 따져 묻자 "답변을 드리겠다. 화면을 띄울 수 있냐"면서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6분 14초 동안 증인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줄줄이 읊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며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 위헌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명목상으로는 국회에서 증언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라고 했지만, 조 대법원장의 설명이 사실상 국회와 대통령을 향해 "대법원장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이를 침해하는 절차와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모두 위헌"이라며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관련해 절차와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모두 위헌"이라며 여권 측에서 지적한 문제 제기를 일일이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우선 이재명 대통령과 후임 대법관 인선에 관해 협의하지 않았더라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장이 협의를 해온 것은 헌법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원활한 (대법관) 임명을 위해 자진해 협력해 온 것"이라며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들도 결과적으로 전부 이러한 제청권을 끝내 다 존중해 왔다"고 부연했다. 또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서면 제청에 대해서도 "헌법에서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는 지난 8월 28일 청와대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실질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며 재제청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은 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해 "국회가 대법관 추천 위원회라는 제도를 신설할 권한은 헌법상 없지만 당시 대법원장 양해 아래 제정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장은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라고만 규정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대법원장도 존중해 왔고 저 역시 이번에 추천위를 존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지만 존중하지 않아도 정치적 문제에 그치고 위헌이나 위법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길어지자 법원행정처는 추천 후보자들에게 개별 연락해 추천 절차를 다시 밟는 방안을 타진했고, 청와대는 이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이를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 대법원장의 국감 증인 채택, 사퇴 요구 등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여권과 대통령을 겨냥해 사실상 전면전을 펴면서, 이번 갈등 국면이 더욱 깊어지고 장기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대법원이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경우 조 대법원장의 내년 6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만약 조 대법원장 퇴임 때까지 노 전 대법관 후임 공백 사태가 지속되면 1년 3개월 넘게 대법관 공백이 이어지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다.
아울러 내년 5월 초 퇴임을 하게 되는 천대엽 대법관 후임 인선 작업에도 영향을 줘 또다시 대법관 2명의 공백 사태를 맞게 될 수도 있다.
ho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