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얘기하겠다"…조희대 '인사 후 퇴장' 관례 깨고 증인석 앉을까

유신 전엔 선서 뒤 답변…1988년 이후 행정처장 답변 관행
작년엔 '재판' 이유로 침묵…재판과 무관 '제청'엔 입 열까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9.29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을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밝히면서, 10월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 조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대법원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한다면 1988년 국정감사 부활 이후 첫 사례가 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출근길에 재제청 요청 거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청와대에서) 재제청하라고만 왔고, (대법원 공식 입장을) 결론만 드려 여러분들이 궁금한 게 많다고 들었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직접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뜻인지, 관행대로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입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는 뜻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법원장은 통상 국정감사에서 기관장으로서 인사말을 한 뒤 자리를 뜨고, 질의에는 재판에 관여하지 않는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이 답한다. 전원합의체 재판장인 대법원장이 직접 답변하면 재판 관여 우려가 생기고, 사법부 수장이 입법부의 감독을 받는 모양새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전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 9월 김용균 당시 한나라당 법사위 간사는 국회 회의록을 근거로 1967년 12월 조진만 대법원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질의에 답했고, 1968년 10월에도 대법원장이 선서 없이 답변했다고 밝혔다. 1970년에는 민복기 대법원장이 증인 선서 후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신헌법으로 국정감사가 폐지됐다가 1988년 부활한 뒤로는 인사말만 하고 퇴장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에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선고한 경위를 묻겠다는 것이 채택 사유였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어떠한 재판을 하였다는 이유로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되고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만 밝히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하지만 추미애 당시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허가하지 않아 약 90분간 자리를 지키며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사안은 재판 내용과 직결돼 대법원장이 답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반면 대법관 제청은 재판과 무관해 조 대법원장이 입장을 직접 설명할 여지가 있다.

두 차례 낸 공식 입장문을 두고 국민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은 만큼, 조 대법원장이 직접 설명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법조계 전망은 엇갈린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예년처럼 법원행정처장을 통해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 나가 청와대와 협의 과정 등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대법원장이 나와 설명을 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국감 통해 이야기하겠다'는 말도 국감에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겠다는 것이지, 직접 나와 설명을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고법판사는 "작년에는 재판 관련 사항이라 묵묵부답이 가능했는데, 이번엔 작년처럼 불출석 사유서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조심스럽게 출석 가능성을 예측했다. 다만 "현직 대법원장이 선서를 하고 증언한다는 것 자체는 모양새가 좋진 않다"고 덧붙였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