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거부' 초강수 둔 조희대, 靑과 정면충돌…'사법개혁·탄핵' 재점화

"문서에 근거 없어, 재제청 요구 못 응해"…다시 李에 공 넘겨
탄핵·행정처 폐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나…"결국 재판 차질"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뉴스1) 이장호 권진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대해 "응할 수 없다"며 전격 입장 발표를 했다. 이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한 지 25일 만에, 해외 순방을 떠난 지 하루 만에 청와대의 문서를 문제 삼으며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조 대법원장을 향해 "쿠데타적 행태를 저질렀다"고 힐난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등 그동안 잠잠했던 여권과 사법부 갈등이 재점화되며 최고조로 치닫는 모양새다.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 및 사법 개혁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민주당이 단순한 엄포성이 아니라 탄핵 및 사법개혁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면서, 판사들은 사법부가 다시 정치 갈등의 풍랑 속으로 빠져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요청 문서 문제 삼아 李에 공 넘겨

대법원은 22일 언론 공지를 통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음을 밝힌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을 반려한 지 25일 만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 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애초 법조계에선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구를 수용할 경우에는 기존 추천 후보 3명 중 1명을 다시 제청하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추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대법원에 송부한 문서를 문제삼으며, 재제청 요청 자체를 아예 거부하는 초강수를 두며, 공을 다시 이 대통령에게 넘겼다.

대법원이 언론 공지에서 후보 추천위 재구성 여부나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이 아직도 유효한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선 손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이 유효하다는 전제로 한 입장 발표라는 해석이 다수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법원이 명시적으론 청와대가 송부한 문서를 문제 삼았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대법관 재제청 거부 관련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이성윤, 김동아 의원, 서 위원장, 김기표 의원. 2026.9.22 ⓒ 뉴스1 유승관 기자
청와대 "대법원장 제청권, 대통령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위헌적 인식"

청와대와 여당은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는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의 제청 반려에도 불구하고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조 대법원장은 사퇴하라"며 날을 세웠다.

이용우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쿠데타적 행태를 저질렀다"며 "내란 세력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대법원장다운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사법 공백을 6개월째 방치해 국민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더니 급기야 대통령 임명권을 부정한 조 대법원장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김민석 대표도 "참 황당한 대법원장"이라며 "상식과 이성을 찾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탄핵·사법개혁 재추진될 듯"…판사들, '사법부 격랑 속' 우려 목소리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 사법행정위원회 도입 재추진 등 사법 개혁을 재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판사들은 조 대법원장의 초강수에 당혹스러워하며, 사법부가 다시 정치의 격랑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 고법 판사는 "김성수 대법관 임명 재가가 끝나고, 대통령 순방이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발표하는 것은 이제는 이판사판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나 민주당에서 이 상황을 묵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이번 사태의 파장은 대법원장 탄핵 소추로 귀결될 것 같다"며 "만약 탄핵 소추가 돼 대법원장 직무가 정지되면 법관 인사에 공백이 생겨 재판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 많았지만, 이렇게 정면충돌 될 것이라고 예상을 못 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고법 판사도 "(형식 논리 같지만) 원칙만 따지면 이게 맞다. 입장에 틀린 말은 없다"면서도 "그런데 이렇게 나가면 대법원 구성도 그렇고 모든 게 꼬이지 않냐"고 토로했다.

이어 "국민이 좋은 재판을 받게 하려면 정부, 국회와 잘 협조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결국 국회에서 탄핵 추진과 더불어 법원행정처 폐지 등 사법개혁을 실행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o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