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수사, 잘못" 이정현 대검 차장에…"공소취소 포석" 술렁
공소청 출범 D-10 원포인트 인사…공소청 초대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도
李 '공소취소 조항 삭제' 나흘 만에…검찰 안팎 "공소취소 위한 인사냐"
- 최동현 기자, 문혜원 기자, 김민재 기자, 권대옥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문혜원 김민재 권대옥 기자 = 공소청 출범을 열흘 앞두고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을 대검찰청 신임 차장검사에 이정현 수원고검장(사법연수원 27기)이 임명됐다. 이 고검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가 "매우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는 친(親)정권 성향으로 분류된다. 검찰 안팎에서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취소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지는 배경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3일 자로 이 고검장을 대검 차장에 전보하는 원포인트 인선을 단행했다. 구자현 전 대검 차장이 지난 7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안타깝고 막막하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2개월여 만이다. 법무부는 "대검 차장검사의 사직으로 인한 공백 해소 및 차질 없는 공소청 출범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검장은 전남 나주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관했다. 광주지검 부장검사였던 201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을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때 이른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고검장은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요직에 기용됐으나,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그는 법무연수원 재직 시절 연구과제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해 4월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 정권의 보복"이라며 징계 처분 취소소송을 냈지만 지난달 패소했다. 이재명 정부에 들어선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지난해 11월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이 고검장은 이번 인사로 10월 2일 출범하는 공소청의 초대 검찰총장 유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검찰청의 마지막 열흘과 공소청 전환 작업을 지휘하게 된 만큼, 조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명분으로 공소청 수장까지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열흘짜리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임명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며 이 고검장이 초대 검찰총장을 맡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검찰 안팎에선 이 고검장의 발탁을 이 대통령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취소를 염두에 둔 인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다. 이 고검장은 지난 4월 조작기소 진상규명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수사 방식"이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선 "환부만 도려내는 절제된 수사가 이행되지 못한 점에 깊이 반성하고 송구스럽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했던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는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고검장이 '연어 술 파티 회유 의혹' 위증 사건 공판에서 재판부 기피를 신청한 수원지검 검사들의 징계를 주장한 것과 관련해 "배운 대로 법대로 자신의 직무를 다했다는 이유로 젊은 검사들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징계하느냐"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도 이날 인선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서 이 고검장을 "평검사 잡도리 중인 국조특위에 출석해 '검찰 대표' 행세를 하며 대북송금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국민들께 속죄'한다고 하고, '객관의무'를 운운하며 죄 없는 검사들의 징계를 주도했던 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대표'를 뽑는데 실력이며 내부 신망 같은 것은 기준에 아예 없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지금 공소취소를 지휘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본 것 아니냐"며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보다는 공소취소 하나만 보고 임명을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수장을 뽑을 때는 내부 신망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내부 신망이 두텁지 않으면 분란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사 시점도 공소취소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불과 나흘 전인 지난 18일 조작기소 특검법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이송·처분에 관한 이른바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 산하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은 이 대통령 관련 8개 사건의 수사·기소 과정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 관련 재판 중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성남FC 불법 후원,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6건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아 검사가 공소를 취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특검을 통한 공소취소를 포기하는 대신, 미래위 조사 결과에 근거한 공소취소를 염두에 두고 이를 지휘할 적임자로 이 고검장을 발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이 고검장은 취임 첫날인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에서 출근길 문답을 통해 공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생각을 가다듬은 후 포부를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전했다. 공소취소 문제에 대해선 "적절하게 숙고해서 말씀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공소청 체제 초대 검찰총장 물망에 오른 것에 대해선 "인사권자(대통령)가 결정할 사안이고, 저는 최선을 다해 소임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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