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응할 수 없어…헌법적 근거 없어"(종합)
"재제청 요구 문서에 구체적 사유, 헌법적 근거 안 적혀"
"재제청 요청 정당화할 구체적 헌법적 근거·사유 찾을 수 없어"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2일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이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한 지 25일 만이다.
대법원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써 한다"며 "이번 재제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8월 28일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그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고,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 3명 중 1명을 재제청할지, 과거 전례와 법원조직법 규정에 근거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꾸려 처음부터 절차를 다시 밟을지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과거 전례에 따라 추천위를 새롭게 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일 퇴임한 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지만,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그간 대법관 인선 시에는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거쳐 공감대가 형성된 뒤 대면 제청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조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손 부장판사에 대해 서면 제청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8일 청와대로부터 재제청을 요청받은 조 대법원장은 당초 지난주 관련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이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하면서 입장 표명 시점이 미뤄지게 됐다.
아울러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는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 14일에는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으며 16~18일에는 서울에서 아태 대법원장회의가 개최되면서 조 대법원장의 공식 입장 발표 시점은 더 늦어졌다.
전날(21일)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 본관 대접견실에서 열린 김성수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과 이흥구 전 대법관 서훈 수여식에 참여해 이번 제청 갈등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대면하면서 갈등 향방이 바뀔지 관심이 모였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일주일간 세 차례에 걸쳐 사법권 독립을 강조하면서, 청와대 등 여권이 요구하는 나머지 3명 후보 중 제청을 다시 하는 방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개최된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행사에서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아·태 대법원장 회의 환영사에서는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18일 폐회사에선 "사법권의 독립과 공정성, 청렴성, 그리고 국민의 신뢰는 언제나 지켜져야 한다"며 재차 사법권 독립을 강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독립'을 강조한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국가 기관들에 독립성을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임명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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