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재원 대령 중징계 취소…"군인 사명 저버린 것 아냐"(종합)

국방부, 방첩사 유재원 대령 정직처분…"성실의무 위반"
법원 "징계사유 인정 안 돼…형식적인 명령 이행으로 보여"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2024년 12월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4.12.4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국방부가 12·3 비상계엄에 연루됐다며 군 장교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덕)는 17일 유재원 전 국군방첩사령부 1처2실장(대령)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국방부)가 지난해 12월 28일 원고(유 대령)에게 한 정직 2개월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소송비용도 국방부가 부담하도록 했다.

앞서 유 대령은 지난해 12월 국방부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국방부는 유 대령이 계엄 당시 방첩사에서 근무하며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 이후에도 선거관리위원회나 여론조사업체 등에 대한 출동 명령을 실행하는 등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어긴 점을 징계 사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 대령이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려던 목적에서 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징계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유 대령이 처음부터 명령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 대령을 포함한 방첩사 간부들은 당시 상관으로부터 서버 확보 지시를 받은 직후 "수사권한이 없는데 서버를 그냥 가져오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유 대령은 인원 배치와 출동 준비를 중단하고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기다렸다. 해제 의결 뒤에 상관이 재차 출동을 지시하자, 유 대령은 부하들에게 "나만 가겠으니 출동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유 대령이 이후 일부 인원과 출발하긴 했지만 해당 업체까지 가지 않고 잠수교 남단에서 대기하다 복귀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말로 지시를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면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가용병력을 신속히 4개 팀으로 편성하고 그 인원을 모두 출동시켰을 것으로 보이나, 원고는 이와 달리 행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관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될 수 있는 징계회부 등과 같은 또 다른 문제상황을 피하는 한편, 부하들이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원만 대동해 형식적인 출동을 한 것으로 볼 여지도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관의 모습. 2026.8.14 ⓒ 뉴스1 이호윤 기자

판결문에는 위법한 명령을 받은 군인의 대응과 관련된 재판부의 판단도 담겼다.

재판부는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군인으로서 이상적인 자세"라면서도 "현실적으로 모든 군인에게 위험을 무릅쓴 단호한 항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부하들의 가담을 막거나 명령의 이행을 사실상 회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법한 명령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를 군인의 사명을 저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유 대령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우두머리 혐의 1심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당시 선관위와 여론조사 업체 서버 확보 지시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당시 유 대령은 "사이버보안실 자체가 수사관 자격이 되지 않고, 절차를 맞추지 않으면 증거가 왜곡될 수 있어서 가져오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포고령에도 물건을 가져오라는 것은 없어 이 절차가 맞지 않는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윤 전 대통령이 선관위 관련 지시의 적법성을 강조하자 "그것도 절차에 맞게 적법하게 해야 한다", "점검하더라도 특별수사관 자격이 돼야 하는데 저희는 아니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유 대령은 신문 말미에 "12·3 비상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인데 방첩사 내부에서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꼭 기록에 남겨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 대령 외에도 국방부의 파면 처분을 받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소장)·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소장)·김봉규 전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 등이 징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정직 처분을 받은 정학승 전 육군 동원참모부장(소장), 박성훈 육군 정훈실장(준장) 등도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에 대한 본안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