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소송비 343억' 애경·SK 첫 공방…"전액 부담" "방어 비용만"

애경 "원액 결함 관련 민·형사 대응 비용 모두 계약 대상"
SK "손해배상 청구 방어비용만 부담…금액도 검증해야"

ⓒ 뉴스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준언 윤지오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소송 등에 대응하며 애경산업이 지출한 343억 원의 부담 범위를 놓고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이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비용 전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SK케미칼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한 비용만 계약 대상이라고 맞섰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구광현)는 17일 오후 애경산업이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 소송은 애경산업이 지난해 9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응하며 부담한 비용을 원액 제조사인 SK케미칼이 보전해야 한다며 343억 원 규모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두 회사는 2001년 물품 공급 및 제조물책임 계약을 체결했다. 애경산업은 이듬해부터 SK케미칼이 제조·제공한 원액으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유통·판매했지만, 제조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제조물책임 계약은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재산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정한 계약이다. 양측은 이 계약에 따라 SK케미칼이 어디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를 놓고 맞섰다.

애경산업은 원액 결함과 관련해 제기된 민사·형사 등 여러 소송과 절차에 대응하면서 쓴 비용 전부가 계약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애경산업 측은 "원액의 결함으로 사고나 소송이 발생하면 피고가 관련 비용을 전부 부담하기로 했다"며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뒤 여러 소송과 절차에 대응하면서 지출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SK케미칼은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계약 대상이라고 맞섰다. 형사재판 등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발생한 모든 비용을 대신 내기로 한 계약은 아니라는 취지다.

SK케미칼 측은 "계약의 문언과 체결 경위를 보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방어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경산업은 계약 관련 문서에 '청구·소송 등'이라고 규정돼 있어 민사소송 비용으로만 한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SK케미칼이 원액의 안전성에 자신해 이 같은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도 폈다.

SK케미칼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응한 비용이 계약상 부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애경산업이 청구한 343억 원 가운데 어떤 항목이 계약 대상인지, 실제 지출액이 적정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애경산업에 343억 원의 세부 지출 내역을 정리하도록 했다. SK케미칼에도 각 비용을 인정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오는 11월 12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4년부터 판매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 등을 앓은 사건이다. 2006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 손상 환자가 잇따라 발생했고,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처음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4일 피해자 43명이 추가로 인정되면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누적 6080명으로 늘었다.

공정위는 2018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 가능성을 제대로 표시·광고하지 않았다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을 부과했다. 두 회사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는 대법원이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