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특수성 고려를"…탈북민 재북가족 송금 무죄 이끈 변호사들

[프로보노]⑨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김홍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겉으로 보면 유죄 판단…공익 소송 지원 늘어날 필요 있어"

편집자주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란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비롯된 용어로, 그 시작은 법률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공익활동이었다. 현재 변호사들의 프로보노는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의 인권 보호와 공익 실현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 자기 희생적인 활동이라, 그 활성화를 위해선 뒷받침돼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은 실정이다. 뉴스1은 모든 이의 인권이 소중하게 존중받는 사회로의 변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누구보다도 프로보노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변호사와 법무법인, 공익단체를 조명하는 기사를 연재한다.

(왼쪽부터)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 김홍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명확하게 이길 수 있는 사건은 많지 않고, 어려운 사건들이 더 많습니다. 이 사건도 겉으로만 보면 유죄가 나올 수 있는 사건인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을 맡게 될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한 번 더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북한이탈주민 A 씨를 변호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의 말이다. 뉴스1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이 변호사와 김홍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만났다.

같은 처지 도우려던 '북한이탈주민'…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

A 씨는 2021년 11~12월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기를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으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브로커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총 11회에 걸쳐 2000여만 원을 중국 내 지인 계좌로 보냈고, 이를 북한에 있는 송금 의뢰자 가족 등에게 전달해 외국환업무를 봤다는 것이다.

통상 해외로의 송금은 외국환거래 은행을 통한 환전·송금을 거쳐야 하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는 이러한 방법을 쓸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과 중국, 북한의 브로커 계좌를 거쳐 돈을 보내고 있다.

A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 거주 가족에게 송금할 때 40~50% 상당의 비싼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중국에 거주하는 지인을 통해 환전·송금을 돕고자 했다. 실제 A 씨는 도시가스 검침원 일을 하는 등 환전을 직업으로 두지 않았고, 송금 과정에서 수수료도 전혀 받지 않았다.

2024년 1월 국가보안법이 개정되면서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행위를 수사하는 이른바 '대공수사권'이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완전히 이관됐다. 경찰은 2023년 6월부터 수개월간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북한 가족과의 접촉에 대한 내사를 했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지 않자 이들을 가족 송금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정부는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의 가족 대상 송금은 인도적 차원에서 묵인해 왔다"며 "정부 관계자도 만성적 식량난을 겪으며 생계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북한 가족에게 보내는 돈이어서 역대 정부가 단속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비인도적이고 무분별한 수사라는 지적에 2024년 경찰은 단순 가족 송금에 대한 수사를 중단했으나, A 씨 등은 이미 기소된 상태였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가 소송 지원 결정을 내렸고 동천과 태평양, 통일법정책연구회 소속 변호사들은 공익소송 차원에서 A 씨의 변호를 맡게 됐다.

"'외국환 업' 아닌 점 적극 주장"…'인도적 동기' 가족 송금 행위 처벌 막아

그러나 1심은 지난해 2월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이 변호사와 김 변호사 등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A 씨가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한 것이 아니고,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국환거래법에서는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려면 등록하도록 규정하는데, A 씨는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희숙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지난 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이분들이 가족 송금을 도와주면서 이익을 받은 것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며 "돕고 싶은 마음에서 전달만 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변호 과정에서 이 변호사와 김 변호사는 송금받은 북한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접하게 되면서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깊이 느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북한 가족들은) 송금받지 못하면 당장 돈이 없어서 먹을 게 없고, 병원도 못 가는 등 생활이 어렵다는 내용의 영상이 온다"며 "이런 영상을 받아보는 남한의 북한이탈주민은 돈을 안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변호사도 "가족 중에 북한이탈주민이 생기면 북한에서는 처벌과 감시가 심해지기 때문에 남한에 있는 가족에게 생계를 의존하기도 하고 돈을 보내달라며 먼저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항소심은 A 씨가 외국환업무를 업으로 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탈북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해 11월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의미에 대해 "인도적 동기의 북한이탈주민 가족 송금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막았다는 것"이라며 "관련 무죄 판결이 누적되고 있다는 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 기소 등으로 인해 기소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도 가족 송금 행위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었다"며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남북 간의 거래가 외국 간 거래로 볼 수 없는 측면도 있어 분단 국가의 특수한 현실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률 정보 더 취약한 '취약계층'…"법률 지원 확대돼야"

이들은 앞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변호사의 조력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사한 사례에서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으나 국내 법률에 밝지 않고, 변호사의 조력도 받지 못한 탓에 확정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취약계층의 경우 경제적 여유가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기 어려운데 법률 정보에 취약하므로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도 겉으로만 보면 법률 위반으로 보고 유죄 판단이 나올 수 있는데, 공익소송 지원팀을 짜고 여러 명의 변호사가 나서면 재판부도 한 번 더 살펴보는 것 같다"며 "이러한 지원이 늘고 각 계층의 특수성이 더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율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지난 9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김 변호사도 "취약 계층은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빼기도 어려워 함께 회의하더라도 저녁 6시 이후에 가능하다거나 주말에도 어렵다고도 한다"며 "억울하게 처벌받을 위기에 있는 사람을 도와줄 때 보람도 더 큰 것 같아 이와 같은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