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변호사 동석 막은 사립대 교수 징계는 무효…방어권 침해"
1·2심 "사법상 법률관계, 변호사 선임 보장 안돼"…원고패소
대법 "사립 교원도 국공립 수준 권리 보장"…원심 파기환송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사립학교 교원 징계 심의 과정에서 변호사 동석을 거부하는 것은 방어권 침해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징계 처분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사립학교 교원 징계 절차에서 징계 대상자의 변호사 동석과 진술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법리를 명시적으로 확인한 첫 판결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사립대 부교수 A 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소속 대학 부교수로 재직하던 중 대학원생 제자 B 씨를 상대로 성희롱 및 강제추행 등의 비위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B 씨는 2021년 11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A 씨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대학 교원 징계위원회는 2022년 2월 A 씨 징계 심의를 연 뒤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위"라며 해임을 의결했다. 같은 해 3월 A 씨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A 씨는 징계위 심의 과정에서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 동석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위원회 측은 이를 거부했다.
징계위는 변호사를 심의 장소 인근 대기실에 있도록 하고, 필요시 상의 후 진술할 수 있다고 A 씨에게 고지했다. 실제로 심의 도중 변호사와의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등과 사립학교 교원의 관계는 사법상 법률관계에 해당하고, 사립학교 교원 징계는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징계 절차에서 변호사 선임권이 보장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변호사가 심의 장소 인근에서 대기하며 언제든 조력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징계위가 변호사 동석 요구를 거부한 것이 A 씨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 역시 이 같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제정됨에 따라 사립학교 교원도 국공립학교 교원과 마찬가지로 소청 심사를 청구하거나 불복 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불복절차가 통일적으로 규정된 것은 사립학교 교원 신분을 국공립학교 수준으로 보장하려는 취지라며 "징계 절차에서 사립학교 교원의 절차적 권리 보장 수준도 국공립학교 교원에 상응하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립학교 교원이 선임한 변호사가 징계위원회에 사립학교 교원과 동석해 그를 위해 필요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 역시 방어권 행사의 본질적 내용"이라며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징계대상자나 변호사의 동석 요구를 사용자가 거부했다면 해당 심의·의결에 따른 징계는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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