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시정명령으로 전체 분양계약 해제 안돼" 대법 판결 지적한 하급심
"직원 실수로 수조원 사업 해제 위기…과도한 혼란"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으면 위반 정도와 관계없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에 대해 하급심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반대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정인섭 부장판사는 전날 한 수분양자가 분양사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 반환 및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의 분양사업자는 한 분양광고에서 건물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잘못 기재했다. 이 건물은 실제로는 상대보호구역에 속했다.
사업자가 이를 시정했으나 행정청은 시정명령을 내렸고, 사업자의 별도 불복절차가 없어 시정명령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서상 약정해제 조항을 근거로 분양사업자에게 계약 해제를 요구했다.
앞서 대법원은 유사 사건에서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았다면 위반사항이 경미하거나 계약 체결·목적 달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이를 고려해 계약 해제권 발생 여부를 달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해당 대법원 법리를 두고 "다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는 위반사유는 매우 다양하고 단순하고 경미한 사유도 많이 있다"며 "사소한 위반사항을 대상으로 한 시정명령을 이유로 전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계약법의 일반적인 법리와 너무 조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소한 사유나 직원의 실수로 유발된 시정명령으로 인해 적게는 수십억 원,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부동산 분양사업장 전체가 분양계약의 해제 위기에 몰리는 것은 과도한 혼란"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으로 사소한 위반사유를 들어서라도 시정명령을 받아내기 위해 수많은 민원이 제기되기도 한다"고 짚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 당시까지 위반 상태가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분양계약 체결·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반사항에 대한 시정명령인 경우 등으로 해제 조항을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처럼 시정명령 사유였던 위법 상태가 이미 해소된 뒤에 시정명령이 그대로 확정된 경우는 계약을 해제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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