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동원 시설장 1심 징역 15년…"'권력관계 불균형' 장애인 성폭행"(종합)

법원 "인지·항거 능력 부족한 피해자들 수단 삼아 성범죄"
피해자 측 "권력형 성범죄, 관할권 넘어 수사 제도 마련돼야"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 시설 '색동원' 내 입소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의혹을 받는 원장 김 모씨가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6.2.19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신은빈 기자 =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입소자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설장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엄기표) 2일 오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강간 등 상해), 장애인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설장 김 모 씨(62)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기관에 각 10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3년간 보호관찰을 명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을 폐쇄형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김 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 A 씨에 대한 장애인피보호자강간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거나 김 씨가 범행 중 위계·위력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유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배경과 관련해 "자신의 보호 아래 있던 중증 지적장애인 또는 종증 지적장애 및 지체장애인을 상대로 강간상해, 강간 등 성범죄를 수차례 저지르고 폭행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고인은 장애인 복지시설 종사자이자 아동학대범죄 신고 의무자임에도 권력관계의 불균형을 이용해 성범죄 등에 대한 인지·항거·대처 능력이 부족한 피해자들을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단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했다.

이 밖에 피해자들이 받은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충격이 심각함에도 이를 회복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피해자들이 김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은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반면 김 씨가 일부 범행(폭행)에 대해서는 인정한 점, 성범죄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색동원 성폭력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인 고은영 변호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입소자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설장 김 모씨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안은나 기자

첫 신고 피해자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고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피해자는 1년 반 동안 7차례에 걸쳐 진술하면서도 한 번도 흐트러짐 없이 일관되게 진술했다. 반면 김 씨는 일관되게 범죄를 부인했는데, 오랜 기간 확보한 수사자료를 통해 전모를 밝히기 어려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피고인을 단죄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제도개선을 통해 이처럼 주요 범죄사실, 거대 기관에 의해 발생한 조직적·구조적 은폐 사건이나 권력형 성범죄는 관할권을 넘어 수사할 수 있는 기관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색동원에 대한 정기적 검사가 있었음에도 범죄가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문제다. 제3의 기관에서 이런 범죄사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장정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3명의 성폭행 피해자 중 1명 사건에 대해 강간죄 무죄 선고가 나온 것에 굉장히 큰 분노를 느낀다"며 "최고권력자인 시설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는데 당시 저항하지 않았고 가해자가 폭행과 협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간죄 무죄가 나올 수 있냐"고 반문했다.

한 활동가는 이유무죄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변호사들과 논의해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에 위치한 중증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인 색동원에 입소 중이던 장애인 3명을 강간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 됐다.

또 성폭행 시도를 손으로 막으려는 피해자에게 유리컵을 던져 상해를 입히고, 다른 입소자 1명을 드럼 스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도 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