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추천위' vs '기존 3명 중 1명'…조희대 부친상 속 제재청 고심
대법원장, 이번주 후반께 공식입장 밝힐 듯
추천위 재구성 여부 따라 靑과 갈등 장기화 기로
-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노태악 대법관 후임 후보인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제청을 반려하면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재구성 여부가 최대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조 대법원장이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추천 후보 3명 중 1명을 다시 제청할지, 아니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제청 후보 추천을 다시 받는 절차를 밟을지는 이번 주 대법원의 공식 입장이 나온다.
다만 조 대법원장의 부친상으로 1일까지 장례 절차가 예정돼 있어, 대법원의 공식 입장은 빨라야 이번 주 말미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최근 부친상을 당해 포항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외부인의 조문을 사절하고 있으며, 발인은 오는 1일이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과 이 대법관 후임으로 각각 손 부장판사와 김성수 부장판사(24기)를 임명해달라고 제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 조율 없이 서면으로 제청안을 올려 여권의 반발을 샀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추천했는데, 대법관 성비 문제 개선을 위해 여성 후보를 선호하는 청와대는 진보 성향이면서도 여성인 김 고법판사를 1순위로 두고 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된 상황에서 현 헌법재판관인 오영준 재판관의 부인인 김 고법판사가 대법관이 되는 것이 부적절한 점 등을 이유로 김 고법판사를 제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선관위원인 박 고법판사가 현재 선관위 특검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점, 윤 부장판사의 경우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으로 보임된 점 등을 이유로 손 부장판사밖에 제청할 수 있는 후보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의 제청을 반려했다. 지난 28일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에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대법원에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이제 공은 다시 조 대법원장이 받아들었다. 조 대법원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퇴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다"며 "다음 주 정리가 되면, 모든 내용을 정식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서 조 대법원장이 직접 출석해 공식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28일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고, 30일 급작스레 부친상을 당하면서 1일까지 장례 절차가 예정돼 있어 재제청에 대한 공식 입장은 이번 주 말미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식 입장은) 대법원장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 오늘내일 나올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로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해 추천 절차를 새롭게 진행할지, 아니면 추천위가 이미 추천한 다른 3명의 추천 후보 중 한 명을 제청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대법원 인사실은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추천위가 손 부장판사와 함께 추천한 후보 3명 중 1명을 재제청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여권 측 주장과는 달리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추천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 제청이 다시 이뤄졌을 때 후보 추천위가 새롭게 구성돼 추천한 선례가 있는 점, 법원조직법이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추천 후보자 중 재제청을 할 경우 대통령이 계속해서 반려하면 결국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임명되는데, 이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 대법원장이 이를 용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추천위를 다시 꾸릴 경우 청와대와의 갈등이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은 남은 3명의 후보 중 재제청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며, 여성이자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민기 고법판사를 계속 고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다시 추천 후보를 받는 절차를 진행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에 대한 조 대법원장의 반기로 여권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강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남은 3명의 후보 중에서 제청하라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서영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도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법관 후보자 추천위에서 특히 여성 후보를 추천했다"며 "여성으로 추천하기 위해 많이 애썼고, 검증을 다 거쳤다"며 김 고법판사로 재제청할 것을 압박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26명의 대법이 증원되는 상황을 앞두고 청와대가 대법원장에 밀리게 되면 향후 대법관 임명에 있어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청와대가 이번 갈등 정국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해 대법원장의 제청권 침해 여부에 대한 헌재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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