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사업 허가 없이 택배 배송 업무 중 사망…법원 "산재보호법 대상자"

근로복지공단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운송사업 허가, 요건 아냐…택배서비스 종사자로 봐야"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한수현 기자 = 택배 배송 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노동자가 직접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택배서비스종사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지난달 10일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지인 B 씨와 함께 2인 1조로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도중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A 씨는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이튿날 사망했다. 추정 사인은 열사병이었다.

A 씨의 부모는 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공단은 "A 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A 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택배서비스종사자로서 노무제공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A 씨는 B 씨와 C 사 온라인쇼핑몰의 화물을 물류센터에서 전달받아 화물차량에 상차하고, 고객 배송지로 배달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재판부는 이들 모두 산재보험법 시행령의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택배원 또는 그 외 배달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나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자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 범위의 노무제공자를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A 씨와 B 씨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아 생활물류서비스법상 택배서비스종사자에 해당하지 않고, 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생활물류서비스법은 택배서비스종사자에 대해 허가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며 "규정에 따른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더라도 택배서비스종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보험법의 노무제공자 규정은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노무를 제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 내용, 수행 형태 등에 비춰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이라며 "A 씨와 B 씨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의 노무제공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 씨와 B 씨는 내부적으로 동업 관계에 있었을 뿐 배송 업무와 관련해 각자 맡은 역할을 직접 수행했으므로 각자가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sh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