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유해물질 노출로 자녀 병들어도 산재 불인정'…위헌 여부, 헌재 판단에
근로복지공단, 인과관계 인정됐지만 '임신 중' 아니라며 요양 급여 거부
민변 "생물학적으로 임신 불가한 男 근로자는 재해 인정 안 돼…차별"
- 권진영 기자,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장시온 기자 =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인자에 노출돼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질병·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한 경우 '임신 중 근로자'에 대해서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현행법의 위헌 여부를 헌법 재판소에서 가리게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정은영)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 12(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해당 사건의 신청인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정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및 검사설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던 남성 근로자 A 씨다.
A 씨는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던 중 2008년 아내가 출산했다. 하지만 아이의 심장·눈·귀 등에서 손상이 확인됐고 '차지 증후군(CHARGE Syndrome)'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아버지의 업무와 자녀의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이 법률 조항이 정한 '임신 중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요양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 12항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하여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자녀가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남성의 지속적인 정자 생성 과정이 독성 자극과 유전자 변이에 취약하다는 점 △생식독성을 정의한 고시가 수태 전 '부모'의 노출로부터 발생 중인 태아가 노출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 근로복지공단조차도 업무상 유해인자 노출로 태아의 건강이 손상됐음을 인정했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유해인자 노출로 자녀에게 건강손상이 발생한 경우 생물학적으로 임신을 할 수 없는 남성 근로자는 같은 근로자인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 취급이 존재하고, 그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조항의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음에도 법은 바뀌지 않았다"며 입법 공백을 방치한 결과 한 가족이 법정에 서고 그 자녀의 나이는 열여덟이 됐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헌법재판소(헌재)에 신속한 심리를 통해 해당 법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 역시 헌재 결정을 기다릴 것 없이 계류 중인 개정안을 처리해 부성 노출로 인한 자녀의 건강손상을 법적 보호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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