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중수청장 '검사 배제론' 갑론을박…전문성·독립성 확보가 '관건'

내일 '국민 천거' 마감…내달 추천위 거쳐 대통령 임명
"제2의 검찰 될라" vs "출신 따지다 '제2 공수처' 될라"

11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중대범죄수사청 임용설명회가 진행, 관계자들이 안내 입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6.8.11 ⓒ 뉴스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송송이 기자 =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초대 수장 인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불붙고 있다.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창설한 조직인 만큼 비(非)검찰 출신을 임명해야 한다는 '검사 배제론'과,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관을 이끌기 위해선 수사 역량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26일 초대 중수청장 제청 대상자에 대한 국민 천거를 마감한다. 피천거인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수사 또는 법률 관련 사무에 15년 이상 종사했거나 판사·검사·변호사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천거가 끝나면 이주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가 9월 초부터 심사를 진행한다. 추천위는 후보자의 자격과 역량 등 적격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3명 이상을 추천하고, 행안부 장관은 이 가운데 1명을 제청한다. 이후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10월2일 출범하는 중수청은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국가보호·사이버)와 법왜곡죄 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총정원 2874명(수사관 2567명) 규모로 꾸려진다. 수사 대상과 조직 규모만 보면 같은 날 폐지되는 검찰청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사실상 승계하는 격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초대 중수청장 하마평에 전·현직 고검장·지검장급 인사들이 우선 거론된다. 3000명 규모의 신생 수사기관을 조기 안착시키려면 수사 전문성과 조직 관리 경험을 두루 겸비한 인재가 필요하단 이유다. 실제 고검장 출신 변호사 등이 초대 청장직을 제안받는 등 물밑 타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검찰 출신을 후보군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검사 배제론'도 적지 않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초대 중수청장은 그야말로 검찰개혁의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며 "검찰에 몸담지 않은 사람 중에서도 수사 전문성과 인권 의식이 충분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에 "검찰청과 검사가 그동안 우리 역사에서 해왔던 잘못된 일들을 청산하기 위해 기소와 수사를 분리한 것"이라며 "과거 검찰의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중수청에 옮겨오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검사 출신을 후보군에서 배제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8.24 ⓒ 뉴스1 유승관 기자

검사 출신이 초대 청장을 맡아 인사와 수사체계를 설계하면 기존 검찰의 조직문화가 그대로 이식돼 중수청이 '제2의 검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범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중수청이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3·4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를 떼어내 만든 조직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선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후보군을 제한하면 '제2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풍부한 수사 경험과 조직 관리 역량을 갖춘 인물을 발탁하되,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초대 중수청장은 조직의 안착과 방향성, 초기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선"이라며 "단지 검사 출신이란 이유로 미리 선을 긋는 것은 합리적인 인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수청에 지원한 현직 검사도 "우리에게는 공수처라는 오답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공수처 출범 당시에도 적어도 차장 정도는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찰 출신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지금까지 수사력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출신보다 역량을 기준으로 인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개혁 취지에 맞추려면 검찰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입법으로 이미 제도의 큰 그림을 그린 상황에서 청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개혁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초대 중수청장에게는 조직을 정착시킬 조직 운영 능력과 중대범죄 수사를 지휘할 수사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며 "검사든 경찰이든 출신에 관계없이 두 역량을 두루 갖춘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교수는 "그동안 중대범죄 수사를 주로 검찰이 담당했다"며 검사 출신 후보군에 무게를 실었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도 초대 중수청장이 갖춰야 할 핵심 자질로 꼽힌다. 한 전직 경찰 고위 간부는 "검사 출신인지 아닌지만을 기준으로 후보군을 지나치게 제한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무엇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춘 편향된 수사를 하지 않고 중립적·독립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초대 중수청장 인선은 검찰과의 단절이라는 상징성과 시생 조직의 안정이라는 현실적 필요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출신보다 수사 역량과 조직 장악력,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갖춘 인물을 발탁할 수 있느냐에 중수청의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