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뇌물' 경찰간부, 징역 10년→징역형 집유…공수처 1호 인지 사건

함께 기소 지인 등 공소기각…"공수처, 일반인 기소 못 해"
법원, 공수처 수사과정서 피압수자 참여권 침해 지적

경찰 간부 김 모 경무관이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023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서고 있다. 2023.7.28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과천=뉴스1) 장시온 송송이 기자 = 수사 관련 청탁을 대가로 7억 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경찰 간부가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로 형이 대폭 감경됐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지인과 오빠 등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다며 모두 공소기각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출범한 후 자체 인지해 수사에 착수한 '1호 인지 사건'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5일 김 모 경무관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약 1억 1000만 원의 추징도 명했다.

이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0년과 벌금 16억 원, 약 7억 5000만 원 추징 명령에서 크게 줄어든 형량이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과 벌금 16억 원을 구형하고 7억 6700여만 원의 추징을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경무관에게 적용된 혐의 가운데 특가법상 뇌물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로 지목된 계좌가 실제 김 경무관이 전적으로 지배·관리한 계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봐서다.

재판부는 "명의자 의사와 무관하게 오직 자신의 계산으로 입금된 돈을 입출금해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경무관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의류업체 대표 A 씨 측이 해당 계좌로 입금한 약 6억 3000만 원을 김 경무관이 받은 돈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A 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전자제품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타인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경무관이 고위 경찰공무원으로서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받아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하면서도, 핵심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점과 1심에서 법정구속돼 약 6개월간 수감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공수처의 수사 과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A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었다며 "절차 참여를 보장한 법의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보고 관련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A 씨와 김 경무관의 오빠, 지인 등 3명에 대해 공수처의 기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공소 기각했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일반인을 직접 기소하고 공소를 유지할 권한은 없다며 "기소권 없이 제기한 것으로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밝혔다.

공수처법이 '고위공직자의 가족'을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규정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수처 관계자는 항소심 선고 결과와 관련해 "징역 10년이 집행유예로 감형된 이유 등을 포함해 판결문을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경무관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의류업체 대표 A 씨로부터 불법 장례사업 및 형사사건과 관련해 담당 경찰에게 알선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A 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자신의 오빠와 지인의 금융계좌를 이용해 7억7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고 봤다.

지난 2월 1심은 김 경무관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과 벌금 16억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7억 5000여만 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A 씨에게도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 경무관의 오빠와 지인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