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훨씬 좋아진' 형소법과 서면 제청…협의와 존중은 어디에

(서울=뉴스1) 여태경 사회부장 = 10월 2일이면 일명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이 시행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한다. 여권이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던 검찰의 보완수사권까지 폐지되면서, 민주당이 오랜 기간 구호처럼 외쳐온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마침내 완결을 보게 된 셈이다.
그러나 형소법 통과 과정에서 제기된 범죄 피해자 보호와 경찰의 부실 수사, 수사 지연, 사건 암장 우려 등을 볼 때 '훨씬 좋아진'이라고 벌써 단정하기에는 걱정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수사권을 넘겨받는 경찰은 '장윤기 사건'과 최근 불거진 '제주 실종 사건'으로 조직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중수청 또한 개청을 앞두고 준비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일단 제도부터 시행한 뒤 현장에서 허점이 드러나면 차차 보완해나가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형사사법 제도는 정책 실험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범죄 피해자나 수사와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에게 인생이 뒤바뀔 수 있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고치면 된다'는 식의 태도는, 과반 의석을 무기로 언제든 법을 바꿀 수 있는 여당의 오만함과 무책임함을 드러낼 뿐이다.
70여 년 동안 유지되어 온 국가 수사 체계가 뿌리째 바뀌는 대변혁의 과정이었음에도,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피해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는 묻혔다. 진정성 있는 협의도, 깊이 있는 숙의와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여권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성호 전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빛의 속도'로 형소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견제하고 토론장으로 끌어내야 할 야당 역시 올림픽공원으로 가거나, 피해자를 간담회에 불러 놓고 돌려차기 시범 운운하는 낯뜨거운 장면만 연출했다.
우리 정치권에서 대화와 존중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불신과 갈등만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와 사법부가 대법관 제청 사전 협의를 놓고 진실 공방 중이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관련 사건 처리, 여당 주도의 '사법개혁 3법 통과', 이번의 대법관 제청 문제까지 양측의 갈등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여당 대표가 대법원장을 '조희대 씨'로 호칭하고, '희대의 대법원장'이라며 조롱 섞인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정 인물이 아니면 절대로 안 된다고 고집하는 청와대와 대법원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도 마다않는 여당, 정상적인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관례를 깨고 서면 제청 카드를 선택한 대법원장. 이들을 바라보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한 삼권분립 원칙의 붕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타도해야 할 적이 아니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상호 인정'과 법이 인정한 권한일지라도 그 권한을 행사할 때 자제와 균형감을 발휘하는 '제도적 절제'없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총칼을 들고 일어나는 쿠데타에 의해서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선거로 정당하게 당선된 지도자들과 법률 개정이라는 합법적인 틀 안에서도 민주주의의 기틀은 서서히 와해할 수 있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혼란과 국정 파행을 막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와해가 아닌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더 늦기 전에 실종된 협치와 존중을 복원해야 한다.
har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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