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머금고" 노상원 수첩 등 46건 넘긴 특검…경찰 '부담 가중'
양평 고속도로·디올백 수사 무마·통일교 의혹도 이첩
경찰, 별도 수사기구 검토…증거인멸 끝나 회의론도
- 송송이 기자, 권준언 기자
(서울=뉴스1) 송송이 권준언 기자 =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6개월간의 수사를 마치고 미처리 사건 46건, 피의자 150명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이첩하기로 했다.
노상원 수첩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경찰·검찰·특검을 거치고도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의 후속 수사 부담이 경찰로 넘어가게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특검법에 따라 수사 기간 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사건을 국수본에 넘길 예정이다.
이첩되는 대상에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수첩에 적힌 정치인 납치·감금·살해 계획과 관련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사건이 포함됐다.
사건을 담당한 김치헌 특별검사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수사 결과, 폭발물 및 독극물을 이용한 살해를 구상한 정황을 발견했다"며 "그 과정에서 노 전 사령관이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통해 정보사 내 독극물, 독약을 이용한 암살 공작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이 김봉규 전 정보사 대령에게 접근해 사격·폭파 능력이 뛰어난 HID(특수임무대) 특수요원을 물색하고, 계엄사 제2수사단을 조직해 교관 출신 정예 특수요원을 편성하는 등 폭발물을 이용한 살해 계획 실행을 위한 범행의 인적 준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수첩에 기재된 연평도 일대에서 감금 시설로 의심되는 3개소를 특정해 검증영장을 집행했지만,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 거부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권창영 특별검사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남은 시간으로는 도저히 전모를 확인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이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의혹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 관련 직권남용 사건도 국수본이 넘겨받는다.
특검은 핵심 피의자인 원 전 장관 보좌관들이 해외에 체류 중이고 통화기록 보존 기간도 지나면서 수사를 매듭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지미 특별검사보는 "국수본은 수사 기간에 한정이 없기 때문에 면밀히 조사한다면 실체가 규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의혹 수사 무마 및 기밀 누설 의혹도 국수본이 맡게 된다.
특검팀은 수사 정보를 들은 것으로 지목된 권성동 전 의원이 수사 협조를 하지 않았고, 참고인 지위로서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사건의 수사 무마 의혹도 이첩 대상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검찰 수사에 개입한 정황과 당시 수사팀이 김 여사를 조사하기도 전에 불기소 결정을 미리 작성한 정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대면 조사가 여러 이유로 이뤄지지 않아 사건을 이첩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통령실이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관련 서울고검 TF 사건 기록, 계엄 정당화 논리 개발 목적의 '안가 회동' 사건, 이른바 '계엄 버스'에 탑승한 육군 주요 직위자 14명에 대한 사건 등이 경찰로 넘어간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넘겨받은 뒤 별도 수사기구 구성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건 목록이 넘어오지 않았다"며 "사건의 성격과 경중 등을 살핀 뒤 수사단 출범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앞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이첩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3대 특검 인계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한 바 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이 나온다.
경찰과 검찰, 특검을 거치며 피의자들의 방어권 행사가 상당 부분 이뤄진 사건들을 다시 넘겨받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3대 특검에 파견됐던 한 경찰은 이번 이첩에 대해 "경찰에서 (수사)하다가, 검찰에서 하다가, 특검에서 하다가, 2차 특검에서 하다가 결국 처리하지 못해 넘어오는 사건들"이라며 "피의자들은 수사 방향과 포인트가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숨겨야 하는지 등을 이미 인식한 상태다. 그만큼 증거인멸과 방어가 상당히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특검이 6개월이나 수사했으면 처분을 해야 했다"며 "증거가 불충분하면 불기소해야지, 또 넘긴다는 것은 조사받는 사람들에게 몇 년을 더 시달리라는 것이다.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권 특검은 전날 브리핑에서 내란 범죄가 수많은 국가기관이 개입된 만큼 수사기관들이 합동으로 구성하는 상설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제안했다.
mark83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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