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임명 절차 도마…"추천위 내실화 " vs "추천이 갈등 키워"
"추천위, '쓰레기통 모형'…대법원장 입김 없애야"
"적절한 인물 추천 못한 원인…사법부 독립 저해"
- 이장호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권대옥 수습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싸고 대통령실과 사법부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법관 임명 절차 개선을 두고 법조계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내실화와 권한 강화를 통해 민주적 절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대법원장과 국회, 대통령의 삼권 분립 과정을 통해 대법관을 임명하는 현행 헌법 절차로 충분하며, 오히려 추천위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모두 받을 수 없는 인물들로 추천한 것에 대법원장이 사실상 귀속된 구조가 사태를 키운 측면이 있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64·16기)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61·22기)를, 이흥구 대법관(63·22기)의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24기)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각각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의 협의 없이 '서면 제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확전했다. 김 부장판사에 대해선 양측의 의견 조율이 이루어졌지만 손 부장판사에 대해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이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고 제청을 반려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반려가 이뤄질 경우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하고 후임 후보를 다시 추려야 한다.
이 같은 갈등이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26명의 대법이 증원되는 상황을 앞두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힘겨루기' 차원에서 촉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국면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 뜻대로 따를 경우 앞으로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돼 사법권 독립이 침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 대법원장이 서면 제청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라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현재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대법관 제청 절차를 보다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일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대법관을 선발·임명하는 권한을 대통령과 대법원장, 이 두 사람에게만 달려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대법관 선발이 보다 공식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후보추천위원회는 위원들이 인사 자료들을 사전 검토하거나, 변호사들의 의견 논의 등 기회가 전혀 없는 등 형식적이고 요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쓰레기통 모형(합리적 분석 대신 조직화된 무정부 상태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의 전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지금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보다는 오히려 대법원장의 영향권 하에서 후보추천이 되고 제청이 되고 이러면서 대통령 임명권자의 갈등관계가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원하는 사람을 추전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으로 구성된 추천위에서 제대로 된 추천을 한 사람을 대법원장이 제청하는 형태로 한다면 극명한 갈등관계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충돌했을 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번 후보추천위의 추천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해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반박도 나온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두 헌법기관이 만족할 만한 적절한 인물을 추천을 하지 못한 추천위가 잘못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고집한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의 경우 남편이 오영준 헌법재판관이기 때문에 대법관이 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추천위가 알면서도 김 판사를 후보로 추천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 "추천위라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놓으니 이 사태가 생겼다"며 "모든 사람들을 후보군으로 생각하고 협의를 해야하는데, 4명으로 좁혀놓고 하려니 합의가 안 이뤄지는 것. 헌법 어디에도 추천위 후보 중 한 사람으로 하라는 것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현재의 추천위 구성이나 운영, 그리고 민주당이 생각하는 추천위 개선 방안을 볼 때 차라리 추천위가 없는 게 나을 것"이라며 "추천위가 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사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장식적 역할을 할 소지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물밑에서 하는 '밀실 합의' 관행이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한목소리가 나왔다.
차 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 대통령의 임명권, 국회의 임명 동의권이 별개의 권한이고, 이 각각의 권한이 (서로의) 통제권의 역할을 하려면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오히려 맞지 않다"며 "사전에 조율한다는 것은 대통령에게 굴종하는 의미도 있는 것이고 대통령이 '오케이'할 만한 사람을 미리 조율한다는 이야기는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더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협의라는 관행이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 밀실에서 이뤄져왔다"며 "유신체제, 5공화국 때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통로로 사용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것들을 혁파하지 않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밀실에서 서로 주고받는 것들은 사실 민주사회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3일 페이스북에 "협의를 하는 것은 제청권 행사에서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협의 여부에 따라 대법원장의 임명제청권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임명동의요청안을 보내기 전에 인사검증을 해서 그 결과에 따라 부적격으로 판단되면 반려하고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라고 요구하고, 인사검증 결과 문제가 없다면 모두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고 국회의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그게 권력분립의 요청이고 법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해법"이라고 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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