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두뇌'부터 로봇공장 '용접'까지…산업계 인력난 숨통 틔운다

[K-비자 대개편] ②E계열 비자 '허용 직종'→'산업·숙련·임금'
산업계 인력난 해소 '정조준'…유학생 취업연계 등은 '과제'

편집자주 ...국경을 넘는 인재 확보전이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 반도체·인공지능(AI)의 고급 두뇌부터 조선소의 숙련 일손까지 현장의 수요는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한국의 취업비자 체계는 30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법무부는 '직종 칸막이'에 갇혀 있는 비자체계를 산업·숙련·임금을 축으로 다시 짜기 시작했다. <뉴스1>은 이번 비자체계 개편이 산업계의 인력 부족을 풀고 해외 인재 확보의 문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짚어본다.

/뉴스1 자료사진

(서울=뉴스1) 최동현 김민재 송송이 기자 = 인공지능(AI) 로봇에게 인간의 움직임을 학습시키는 '로봇 트레이너', 자율주행 로봇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로봇 관제사', 로봇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로봇 용접공'까지. AI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생겨난 융합 직종이지만, 현행 외국인 취업비자(E계열) 허용 직종표에는 이름조차 없는 '빈칸'이다.

법무부가 교수(E-1)부터 선원(E-10)까지 허용 직종을 일일이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E계열 취업비자를 고숙련·중숙련·저숙련 3개 유형으로 다시 짜는 개편 작업에 나선 배경이다.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첨단산업의 기술 선도를 이끌 '고급 두뇌'부터 제조 현장의 숙련공까지 해외 인재 등용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투자 느는데 '일손'이 없다…새 융합직종 수급처도 '공백'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E계열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기준을 '허용직종'에서 '산업·숙련·임금'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는 허용 목록에 없는 직종은 비자를 발급할 수 없고, 신사업에서 새 직종이 등장하면 그때그때 목록에 추가해야 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직종 중심에서 산업·숙련도 중심으로 전환해 현장에 필요한 외국 인력을 적시 도입하는 것이 (비자 개편의) 목표"라고 했다.

실제로 산업계의 '인력난'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AI·반도체·로봇 등 국가전략기술을 개발할 연구개발(R&D) 인력부터 조선소 용접공까지 '두뇌'와 '손발'이 동시에 말라가는 실정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까지 본격화하면서 해외 인재를 제때 수혈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와 신산업 성장마저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기업의 R&D 인력 부족분은 1만5101명(부족률 3.6%)으로 집계됐다. 이 중 12대 국가전략기술 부족인력은 6886명으로 전체의 45.6%를 차지했다. 분야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1540명, AI 1394명, 첨단바이오 1392명이 부족했다. 첨단로봇·제조 분야의 부족률은 8.9%에 달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제조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조업 부족인원은 9만6077명, 미충원율은 16.2%에 달했다. 기업들이 인력을 채우지 못한 이유는 '요구 경력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25.8%), '학력·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18.5%) 순이었다. 구직자 부족을 넘어, 산업계가 원하는 숙련 인력을 찾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인력 수요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에 총 10기의 반도체 팹(fab·생산시설)을 조성 중이다. 현대차는 새만금에 9조 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등을 구축한다. 공정 엔지니어부터 로봇 운용·용접까지 기술인력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지만, 현행 E계열 비자체계에선 외국 인력 채용이 힘든 중숙련 직종이 180여개에 달한다.

외국인 유학생 국내 취업까지 너무 복잡…"유학생 정주 전략 필요"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것 못지않게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을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정책도 중요하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언어와 문화 적응력을 쌓은 '준비된 인재'들이지만, 졸업 뒤 유학 비자(D-2)에서 구직 비자(D-10) 또는 E·F(장기체류)계열 비자로 전환하는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다는 지적이 많다.

고려대 생명과학과에서 공부 중인 인도 출신 라바냐 크리슈나파 씨는 졸업 후 국내 바이오테크놀로지 업계 취업을 꿈꾸고 있지만, 복잡한 비자 문제가 늘 고민이다. 그는 "졸업 후 어떤 직업에 지원할 수 있는지, 어떤 비자로 변경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며 "비자 제도가 더 편리하고 명확해진다면 한국에 남아서 일할지를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이민정책학회장을 지낸 정명주 부산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해외의 박사급 인재를 데려오는 것보다 이미 국내에 들어온 유학생이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취업해서 정주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체류 자격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끊기지 않고 연계되도록 비자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글로벌 탤런트 페어에서 외국인 유학생 등 구직자들이 씽크포비엘 부스를 찾아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 2026.6.1 ⓒ 뉴스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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