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비자, 외국인 인재 헤맨다…체계 명확화 해 정착 유인"
[K-비자 대개편] ③차용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인터뷰
E-7 비자에 97개 직종 섞여…"숙련도·임금 등 명확히 규정"
- 김민재 기자, 최동현 기자, 송송이 기자
(과천=뉴스1) 김민재 최동현 송송이 기자 = 정부가 30여년 만에 비자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 '직종 위주'의 나열식(포지티브) 구조를 벗어나 '어떤 산업'에서 '어느 정도의 숙련도'를 갖췄는지 교차 평가하는 구조로 재설계하는 것이 골자다.
차용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지난달 23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이민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며 비자 체계 개편의 배경을 밝혔다.
1993년 도입된 현행 취업비자 체계는 허용 직종을 미리 열거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이었다. 이 제도는 시장의 인력 수요를 제때 따라가지 못했고, 특정활동(E-7) 비자 하나에만 94개 직종이 누적되는 등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자 발급 기준의 '정합화'다. 차 본부장은 "과거에는 임기응변식으로 직업을 비자 체계에 집어넣었다면, 앞으로는 전체 산업 틀 안에서 기술 수준(상·중·하)과 임금을 엮은 행렬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주가 모호했던 '중숙련' 영역 역시 임금, 학력, 숙련도, 근무 기간을 종합해 명확히 규정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정부가 정해둔 '비자 허용 직종' 목록에 없으면 아무리 구인난이 심해도 외국인 채용 심사조차 받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인력 수요가 높은 '중숙련' 일자리가 외국인 고용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현장 구인난이 심화했다.
법무부는 앞서 비공개 전문가 토론회를 열고 비자체계 개편을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 회의에선 비자체계 개편에 따른 내국인의 일자리 위축을 경계해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차 본부장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중위 임금'을 외국인 고용 기준으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임금을 낮춰 외국인을 도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산업 내국인 중위임금 이상을 제시해야만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정할 것"이라며 "내국인 근로 조건 악화를 막고 임금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유입 규모 관리도 정교해진다. 기존 취업 비자 위주의 쿼터 산정에서 벗어나 사업장별 고용 상한, 직종·업종별 쿼터 등 총량 관리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구간별로 어떤 인력이 얼마나 들어오는지를 정부가 세밀하게 통제하고, 부정적 징후 발생 시 쿼터와 기준값을 적극 조정한다는 구상이다.
복잡한 비자체계를 정비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직관적인 '시그널(신호)'로 활용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차 본부장은 "현재는 E-7 비자 하나에 온갖 직종이 섞여 있어 외국인 우수 인재나 기업 모두 본인에게 맞는 비자를 찾기 어렵다"며 "체계가 명확해지면 첨단 산업 등 우수 인재가 헤매지 않고 원하는 비자를 쉽게 찾아 정착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차 본부장은 이민 정책의 '꽃'으로 유학생을 꼽았다. 단순 저숙련 노동력의 직도입은 내국인 일자리를 침해하고, 수익 대부분이 본국으로 송금돼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적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어와 수학 능력을 갖춘 유학생을 유치해 자연스러운 사회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본인이 졸업한 지방 대학 소재지에 정착하는 조건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자는 경제, 지역사회, 외교, 안보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책 수단"이라며 "지방의 외국인 집중 거주지 증가 등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외국인 유입을 국가 경제의 활력으로 바꿔내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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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경을 넘는 인재 확보전이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 반도체·인공지능(AI)의 고급 두뇌부터 조선소의 숙련 일손까지 현장의 수요는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한국의 취업비자 체계는 30년 넘게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법무부는 '직종 칸막이'에 갇혀 있는 비자체계를 산업·숙련·임금을 축으로 다시 짜기 시작했다. <뉴스1>은 이번 비자체계 개편이 산업계의 인력 부족을 풀고 해외 인재 확보의 문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