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본제철 강제동원 배상책임 인정…유족에 8000만원 지급(종합)

일본제철 상고 기각…유족, 강제집행 절차 진행중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본제철 강제동원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故 민문식 씨 아들 민병조 씨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김민재 기자 =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에게 8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민문식 씨의 유족 5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일본제철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2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1부는 2024년 8월 일본제철이 민 씨 유족들에게 총 8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유족들이 청구한 위자료 1억 원 중 일부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은 판단이다.

쟁점은 민 씨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던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였다.

그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거나 소를 포기해 왔다.

그러다 2012년 5월 대법원에서 개인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확정됐다.

2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

재판부는 "전합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사법적 구제 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들에게는 전합 판결이 선고될 때인 2018년 10월 30일까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8년 10월 30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계산하면 2019년 4월 제기된 이 사건 소송은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제기된 것이라는 취지다.

일본제철이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3년 다른 일본제철 강제동원 사건에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 피해자들이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일본제철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이날 선고 후 민 씨 유족과 대리인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제철에 판결을 수용하고 직접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민 씨의 아들 민병조 씨는 "아들로서 아버지의 명예를 살리고자 했는데 오늘 좋은 결과가 나와 상당히 좋다"며 "(판결을) 잘 수용해서 사과와 보상을 빠른 시일 내에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족 측은 또 앞선 2심 선고를 근거로 일본제철의 한국 내 자산인 피앤알(PNR) 주식을 압류하고 현재 후속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 민문식 씨는 1942년 일본으로 건너가 이와테현 가마이시제철소에서 노무자로 일하다 탈출한 뒤 탄광 등을 전전하다 광복 후 귀국, 1989년 4월 세상을 떠났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