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폭로하자 폭행한 삼촌…흉기 들고 맞선 조카 손 들어준 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부당한 공격 맞선 소극적 정당행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 뉴스1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 과거 자신을 성추행한 70대 삼촌과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를 들어 대응한 30대 조카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6월 25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23년 1월 A 씨는 어린 시절 자신이 삼촌 B 씨에게 성추행당했다고 가족에게 알렸다. 이 사실을 들은 B 씨는 격분해 A 씨의 집을 찾아와 폭행했다.

B 씨는 A 씨를 향해 거실 서랍장 서랍 2개를 던지고 흉기를 든 채 위협하기도 했다. A 씨 역시 흉기를 든 채 B 씨에게 "죽고 싶으면 와 봐라"라며 위협했다.

이 사건으로 조카 A 씨는 특수협박죄, 삼촌 B 씨는 상해죄로 각각 기소됐다.

1심은 지난 2023년 8월 "A 씨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B 씨를 협박했다"며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B 씨의 상해죄도 유죄로 판단하면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정당방위였다는 A 씨 주장에 관해 "피해자가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가 피고인의 행동 자유를 억압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2심은 형이 무겁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며 A 씨에게 벌금 3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B 씨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A 씨가 흉기를 소지했다는 사유만으로 정당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씨는 30대 여성으로 퇴근해 집에 들어오자마자 일방적으로 찾아온 70대 남성 피해자의 갑작스러운 폭력 행사에 맞서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멱살을 잡는 등 싸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의 행위는 부당한 공격에 맞서 수동적·소극적 차원에서 행한 행위로 △목적의 정당성 △수단·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사이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등 정당행위 요건을 갖춘 것으로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위라고 평가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정 내 상호 폭력 상황에서 피해자였던 사람이 방어적으로 흉기를 든 경우 그 순간의 행위만 따로 떼어 평가할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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