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주목한 '담합 수사'…중수청 이관 앞두고 "수사력 저하 우려"

법조계 "고도의 노하우 필요…수사 역량 보전 어려워"
리니언시 위축 우려도…중수청·공소청 '교통정리' 과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송송이 기자 이상혁 수습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을 '일상화된 비정상'으로 지목하고 시정을 주문했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 폐지 이후 기업 담합 수사 역량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7개 석유화학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들은 PVC,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석유화학제품 품목 가격을 수년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1년 동안 설탕·밀가루·전분당·유가 등 품목과 관련해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

지난 4월에는 10조 1520억 원 규모의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상·사조 CPK·CJ제일제당 등 법인과 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에는 14조 2000억 원 규모의 유가를 담합한 혐의로 정유 4사와 임직원을 기소했으며, 앞서 약 6조 원 규모의 밀가루 담합과 3조 2000억 원 규모의 설탕 담합도 각각 적발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번 석유화학 업체들에 대한 수사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소청법 부칙에 따르면 불가피한 경우 공소청에서 최장 90일까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는 10월 2일부터 공정거래범죄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맡는다.

서울중수청 반독점수사국은 4개 과에 정원 122명으로 출범한다. 현재 공정거래조사부 인력의 7배가 넘는 규모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중수청의 수사 역량이 당장 검찰만큼 발휘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 범죄 특성상 고도의 수사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수사의 단초가 된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신고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리니언시란 담합에 가담한 기업이 이를 먼저 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할 경우, 과징금과 형사 기소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내 유능한 검사들이 신생 조직으로 옮길 유인이 많지 않아, 조직의 평균적인 수사 역량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를 해도 담합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기업들이 굳이 리니언시를 신청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담합 수사는 거의 100%에 가깝게 리니언시로 간다"며 "중수청에 빨리 수사경험이 이식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니언시 신고를 어느 기관에 해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은 점도 향후 과제다.

대검찰청은 자진신고 접수·형벌 감면 결정 권한을 공소청에 남겨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거래 사건이 고도의 법리 판단을 요하는 분야인 만큼 검사를 주축으로 공소청과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합동수사기구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주도권을 쥔 중수청은 자진신고를 자신들에게 먼저 접수해야 한다고 보겠지만, 리니언시의 핵심 혜택인 형벌 면제와 불기소 결정권은 공소청에 있기 때문에 공소청이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mark83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