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내란' 대법관 전원 심리…한덕수·이상민 판결, 내란 기준된다
내란특검은 반대…대법 "역사적 사법적 평가 필요"
- 문혜원 기자, 이장호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이장호 기자 =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첫 판단으로, '본류 사건'으로 여겨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등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5일 각 소부의 요청에 따라 한 전 총리 사건과 이 전 장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전원합의체 회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5.17 내란 사건' 당시 전원합의체 판결로 법리가 확립됐고 사실심(1·2심)에서 12·3 계엄을 내란으로 보는 일관된 판단이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전원합의체는 지난 1997년 4월 17일 내란죄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하면서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인 폭동 내용으로서의 협박 행위가 되므로 내란죄의 폭동에 해당한다"며 내란죄에 대한 판례를 정립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회부 배경에는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는 군인 신분인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이 추진한 반면 12·3 비상계엄은 현직 대통령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 신중하게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처음으로 검토하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고 역사적으로 사법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회부 이유를 밝혔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 하급심 재판부는 모두 12·3 비상계엄을 내란 행위로 전제하고 판단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가 유죄로 인정되며 항소심에서 한 전 총리는 1심 최초 구형량과 같은 징역 15년, 이 전 장관은 1심보다 2년 늘어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재판부 역시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졌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국헌문란 목적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아직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27일 공판준비기일로 재판이 시작됐고 오는 9월 17일까지 공판기일이 잡혀 있어 늦어도 올해 안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원합의체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에서 내란죄 법리를 정립하면 이후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 소부가 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사건 중요도를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 사건도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수 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사건이 지연될 경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까지 병합돼 전원합의체에서 함께 심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알고 국헌문란의 목적 및 고의를 갖고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는지 구체적 판단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을 심리한 1·2심은 주관적 구성요건인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식과 국헌문란의 목적 및 내란중요임무종사의 고의를 인정했다.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 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한 판단 기준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국헌문란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해 고의 외에 요구되는 초과 주관적 위법요소로서 엄격한 증명사항에 속하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족하다"며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외부적으로 드러난 피고인의 행위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사물의 성질상 그와 관련성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종합해 판단하면 된다"고 설시했다.
한 전 총리 등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에서도 이 같은 법리를 토대로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고 판단,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은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35명에 이른다. 이 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 33명은 모두 하급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 주요 내각 인사들을 비롯해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 간부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 군 장성들이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 모두 각각 계엄 사태에서 한 행위가 모두 다르지만, 어느 정도까지 계엄에 가담해야 국헌문란 목적과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늠자가 될 수 있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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