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尹, 한 문장씩 불러주며 지시"…트럼프·바이든에 전달된 '계엄 메시지'
김태효 공소장…계엄 직후 美 등에 정당화 메시지 전달
조태열 "지시 따르지 마라" 저지키도…특검, 윤석열·신원식도 기소 방침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12·3 비상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우방국에 설파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한 문장, 한 문장 강하게 지시했다"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뉴스1>이 입수한 김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2024년 12월4일 오전 9시 김태효 전 차장에게 전화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과 의도를 불러주면서 "미국 측에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차장은 이를 받아적은 메모(설명요지)를 이충면 당시 외교비서관 등에 주면서 "메모 1쪽을 바이든 행정부에, 1쪽과 2쪽을 트럼프 당선인 측에 전달하라. 대통령이 한 문장 한 문장 불러주면서 강하게 지시했으니 외교부를 통해 대통령 지시 사항을 그대로 조속히 이행하라"고 말했다.
메모 1쪽에는 '국회는 현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 '판사를 겁박하고 검사를 탄핵하며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탄핵, 국방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를 마비시키기 위해 노력', '국가 본질 기능과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 등이 적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라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치적 시위를 한 것', '윤 대통령은 평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종북좌파 및 반미주의에 대항하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이라는 설명도 담겼다.
트럼프 당선인 측에만 추가 전달된 2쪽에는 '윤 대통령은 외교 및 대외정책에 있어 한미관계를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고 있으며, 미국 신행정부와도 이러한 입장에 기초해 관계를 맺어 나갈 것', '윤 대통령은 국가운영에 관한 트럼프 당선인의 철학을 지지한다' 등이 적혔다.
하지만 외교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해당 내용을 전달하되, 대통령 지시임을 분명히 밝히라", "전문 발송은 하지 마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주미대사관 측에서 '공식 전문이 아니면 설명요지를 전달할 수 없다'고 회신했고, 그 과정에서 메모 전달이 지체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결국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문은 하루 뒤인 12월5일 오전에서야 주미대사관에 전달됐다. 주미대사는 다시 하루 뒤인 12월6일 트럼프 당선인 측인 알렉스 웡 당시 국가안보부보좌관 내정자와 바이든 대통령 측인 커트 캠벨 당시 국무부 부장관과 각각 면담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종합특검은 계엄 정당화 메시지가 일본·영국·유럽연합(EU)·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도 전파됐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이충면 전 비서관이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에도 굳이 전달해야 하느냐"고 반문했지만, 신원식 안보실장은 '계속 이행하라'는 취지로 답했고, 김 전 차장도 묵시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종합특검은 김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비상계엄 담화문 번역본'도 미국·영국·일본에 전달하려 시도했다고 봤다. 다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 담당자들에게 '지시를 따르지 말라'고 저지하면서, 번역본이 실제 전달되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종합특검은 지난달 29일 김 전 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김 전 차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신원식 전 실장과 공모해 외교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도 적용됐다.
종합특검은 해당 혐의의 공범인 윤 전 대통령과 신원식 전 실장 등에 대해서도 추후 기소할 방침이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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