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 78년만 대전환…보완수사권마저 떼고 '검수완박' 종지부
檢 수사권 폐지하고 '보완 요구'만 남긴다…영장청구권도 사실상 '제한'
"제2 장윤기 사건 못막는다" 우려 목소리…공소취소 사유 추가도 논란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넘으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대전환을 맞았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제한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첫발을 뗀 지 8년 만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종지부가 찍힌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범여권은 수사·기소 분리로 '정치검찰'의 폐해를 끊었다고 자평하지만, 수사 역량의 총체적 약화와 경찰 권력의 독주를 막을 견제 장치가 사라졌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다. 이재명 정권의 검찰개혁은 또다시 '제2의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다.
3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8명 중 찬성 175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3월 중수청·공소청법 처리로 검사의 직무 1호였던 '범죄 수사'와 '수사 개시'를 78년 만에 삭제한 데 이어, 검사의 수사권 자체를 없앤 절차법까지 완성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보완 수사권을 모두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검사는 수사 기록에서 미진한 부분을 발견해도 1차 수사기관에 보완수사(송치 사건) 또는 재수사(불송치 사건)를 요구할 수 있을 뿐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대신 보완수사 요구의 실효성을 높일 '안전장치'를 뒀다. 사법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없고, 검사가 지정한 기간 또는 최장 2개월 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 공소청장은 수사 미진, 비위 정황을 포착한 경우 수사기관의 교체 또는 담당 사법경찰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검사도 보완수사를 요구한 경우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의 사건 번호를 유지하는 등 보완수사의 이행 여부를 관리해야 한다. 나아가 검사는 공소제기 및 유지, 재수사 요구에 필요한 경우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을 면담하거나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다. 단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자료는 증거로 쓸 수 없다.
피해자 보호권도 확대된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는 기존 고소인·피해자에서 고발인까지 확대했다.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아동학대·가정폭력·성범죄·아동성범죄·스토킹·장애인학대·노인학대)에 대해선 사경의 전건송치를 재도입했다.
검찰개혁 담론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노태우 정부 당시 신민주연합당이 시국·공안사건 수사를 문제 삼아 검찰을 '권력의 시녀'라고 비판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가 검찰개혁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권한 분산'을 개혁의 두 축으로 삼았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한편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와 상설특검제 도입, 경찰 수사권 독립을 추진해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나누려 했다. 그러나 검경 간 이견과 정치권의 합의 실패로 수사권 조정을 제도화하지는 못했다.
검찰 수사권을 떼어내는 작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했다.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폐지됐고, 직접수사는 6대 범죄로 제한됐다. 민주당은 이듬해인 2022년 '검수완박법'을 처리해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다시 좁혔다.
이재명 정부는 2025년 정부조직법 개정과 올해 3월 공소청법·중수청법 제정으로 검찰청 폐지와 검사의 직접수사 완전 폐지를 확정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은 마지막으로 남은 보완수사권까지 걷어냈다. 검찰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지 35년 만에 '검수완박'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출범 후 범여권이 검찰개혁을 본격 추진한 시점부터 개정안이 통과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검사는 어떤 경우에도 직접 수사할 수 없기 때문에 사경의 보완수사에만 기대야 한다. 보완이 충분치 않으면 다시 사건을 돌려보내는 '사건 핑퐁'이 잦아져 수사 지연이 불가피하다. 거듭된 보완수사 요구에도 검사가 혐의 입증에 확신을 갖지 못해 불기소 처분하는 사례도 급증할 수 있다.
나아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놓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정황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난 '장윤기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사가 송치 기록만 보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구조였다면 사건의 진실이 그대로 암장 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 심사 막판에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도 논란거리다. 개정안은 공소기각 판결 사유에 '중대한 위법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추가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기각을 위한 포석"이라고 공세했고, 법조계에서도 "공소기각 판단 기준이 모호해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한다.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절차에 증거능력을 부여하지 않고, 영장청구권을 경찰의 신청 사건에 한정한 점 역시 '뇌관'이다. 증거로 쓸 수 없는 진술·자료라면 검사가 굳이 피의자를 면담할 이유가 없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법조계는 헌법상 권한인 영장청구권을 법률로 제한한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본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교수는 30일 형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형소법은 베타 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한 번 시행되면 그 실험 대상은 국민"이라고 경고했다. 검찰개혁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주사위가 이미 던져져 '책임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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