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빨리 나와"…동생 살해한 형, 2심도 징역 10년

항소심 "피해자, 극심한 고통과 공포 속 사망"
심신미약 고려해 권고형보다 낮은 징역 10년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화장실에서 빨리 나오라'는 말에 화가 나 친동생을 흉기로 살해한 40대 남성에 대해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김성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1심에서 내려진 치료감호 처분도 유지됐다. 치료감호는 정신질환 등이 있는 범죄인을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는 처분이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약 20년 동안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해 온 A 씨는 서울 관악구 소재 주거지에서 동생과 함께 살았다.

그러던 중 A 씨는 지난해 8월 20일 오후 7시쯤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을 때, 퇴근 후 귀가한 동생이 화장실 인근에서 큰 소리로 'XX, 더워 죽겠는데 빨리 나오지. 이때 꼭 목욕을 해야겠냐'는 취지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A 씨는 동생이 불평하는 소리에 화가 나 동생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흉기를 들고 동생 방으로 가, 문을 닫지 못하게 한 뒤 동생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동생은 같은 날 오후 8시 27분쯤 병원 응급실에서 폐와 폐동맥 손상으로 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 씨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신질환으로 인한 재범 위험이 있고, 이에 따라 치료감호시설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징역 10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립법무병원은 A 씨가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장기간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한 정신과적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는 정신감정 결과를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가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라며 "살인죄는 생명을 본질적으로 침해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가하는 것으로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고 했다.

다만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부모가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기준상 권고형인 징역 15년보다 낮게 형을 정했다.

A 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친동생인 피해자를 부엌칼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고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과 공포 속에서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이는 바,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방법 및 위험성 등에 비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밝혔다.

이후 A 씨와 검찰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