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 준항고 인용…"금융위 증거 문제있다"
"강제조사 권한 없는 금감원 투입" 문제제기
- 윤주영 기자
(서울=뉴스1) 윤주영 기자 = 법원이 1000억 원대 규모 '주가조작 패가망신 1호 사건'의 피의자들이 금융당국 증거 선별에 하자가 있다며 신청한 준항고를 인용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김주석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모 씨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를 상대로 낸 '수사기관의 압수에 관한 처분 취소·변경' 준항고 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한 뒤 24일 이를 인용했다.
준항고는 압수수색 등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재판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피의자가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해 달라고 청구하는 제도다.
1호 사건 피의자인 김 씨는 정부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주축인 금융위원회가 증거를 선별하는 과정에 강제 조사권이 없는 금융감독원 직원까지 투입한 것을 문제 삼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압색 등 강제 조사 권한은 금융위 조사 공무원에게만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는 심문기일 당시 "행정조사는 준항고 대상이 아니고, 금감원 직원이 압수수색 집행을 주도하지도 않았다"는 취지로 맞섰다. 인용 결정에 대해선 즉시 재항고할 거란 입장으로 전해졌다.
1호 사건은 금융위·금감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단이 지난해 출범 후 처음으로 적발한 건이다.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불공정거래 척결' 기조에 맞춰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발표했다.
대응단에 따르면 친인척·학교 선후배 등 관계로 얽힌, 이른바 '슈퍼리치'(초고액 자산가)들은 법인 자금부터 대출까지 끌어 1000억 원을 모은 뒤 1년 9개월간 코스피 종목 DI동일 주가를 2배가량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자산운용사 임원 등 전현직 금융맨 3인이 이 돈을 받아 주가 조작의 실제 '작전'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지난 2024년 12월쯤 DI동일 주식을 매도해 총 272억 6000만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응단은 이들 세력이 DI동일 이외 벽산 등 다른 코스피 상장사에 대한 주가조작도 시도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사건에는 NH투자증권뿐 아니라 KB증권·교보증권 등의 직원들도 연루됐을 거란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 5월 28일 NH투자증권과 DI동일을 한 차례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지난달 19일 KB증권·NH투자증권·교보증권 등을 압수수색 하며 수사를 확대해 왔다.
준항고 인용으로 금융위가 제출한 일부 증거의 능력이 상실될 위기에 처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위법하게 확보한 압수물은 이후 다시 영장을 받더라도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검찰은 대응단의 자료를 토대로 별도 영장을 받아 수사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번 준항고는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법원은 이달 1일 김 씨 등 피의자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시세조종 범죄의 성립 여부나 범위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와 함께 "피의자들이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준항고 사건의 결과도 기다려야 한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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