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맡겨둔 땅 내놔" 아내에 소송 건 남편…대법 "증여로 봐야"
대법원, 명의신탁 인정해 남편 승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서 제외하려 뒤늦게 명의신탁 주장"
- 김민재 기자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이혼을 앞둔 남편이 아내 명의로 된 토지를 두고 '이름만 빌려 등기해 둔 것'이라며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5월 29일 A 씨가 아내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1980년 4월 B 씨와 결혼해 슬하에 3남매를 두었다. 부부는 40년 넘게 결혼생활을 이어왔지만, 2023년 A 씨가 B 씨에게 유리통을 던지는 등 폭행하자 별거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A 씨가 부친에게 물려받은 땅의 소유권을 두고 갈등이 불거졌다. A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토지 일부를 2007년 상속받았다. 이후 공동상속인들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이전받으며 2016년에 토지 전부를 소유하게 됐다.
이후 A 씨는 2018년 5월쯤 토지 지분의 절반 이상을 아내 B 씨에게 증여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2024년 5월, 아내와 별거 중이던 A 씨는 앞서 증여한 토지가 사실은 '명의신탁'이었다며 돌연 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B 씨가 A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양측은 2025년 2월 조정 이혼했다.
명의신탁은 실제 소유자가 타인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을 등기해 두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조세 포탈 등의 목적이 없는 부부 사이에서는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1심은 명의신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토지 등기권리증을 공동으로 보관했으며, B 씨가 토지를 관리하며 제세공과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을 들어 B 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소유권을 넘긴 뒤에도 등기권리증을 보관하며 토지를 실질적으로 관리해 온 점을 들어 명의신탁을 인정했다. B 씨가 세금을 내고 경작했다는 증거는 소송 제기 후 급조됐다고 판단하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명의신탁으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가 40년 이상 혼인 생활을 하며 동거했고, 등기권리증이 원고 부부의 집에 보관돼 있던 이상 원고가 이를 단독으로 소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토지 이전등기 비용 등이 원고 계좌에서 지출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가 가사·육아를 전담하며 공동재산 형성에 기여했고, 원고가 공동재산을 관리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위 비용은 공동재산에서 지출된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소송이 제기된 시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와의 이혼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피고에 대해 이 사건 토지 지분에 관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고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대상에서 이 사건 토지 지분을 제외하기 위해 이혼소송 무렵 뒤늦게 명의신탁을 주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minja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