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테일이냐, 용두사미냐"…마지막 시험대 선 종합특검
수사 막바지 구속영장 줄줄이 기각…기소는 8명
성과 미진 비판 속 이례적 3차 연장 '독' 될 수도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구속 6명, 기각 11명, 기소 8명.'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이 143일 수사 기간 받아 든 성적표다. 권 특검은 수사 막바지에 공소제기와 구속영장 청구를 집중하는 '헤비테일'(Heavy Tail) 전략을 공언했지만, 수사 종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따라붙고 있다.
수사 기간을 30일 추가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종합특검은 다음달 23일까지 역대 최장인 180일 수사 기간을 확보하게 된다. 종합특검도 빠듯한 일정을 의식한 듯 주요 피의자의 신병 확보와 소환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어, 법조계의 시선은 다음달 나올 '최종 성적표'에 쏠리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내란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16일)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전무곤 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검사장)에 대해 "변소 취지,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종합특검은 이번 주에만 강호필 전 육군 지상작전사령관(13일),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15일), 심 전 총장과 전 전 검사장(16일) 등 주요 피의자 4명의 신병 확보를 시도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20일에는 유병호 감사위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돼 있다.
법조계는 종합특검의 후반부 수사 성과에 박한 점수를 주고 있다. 현행 특검법상 종합특검의 수사 기한은 오는 24일까지다. 지난 2월25일 출범한 뒤 사실상 9부 능선을 넘고 있는 셈인데, 다른 특검에 비해 파견 검사가 부족한 한계를 감안해도 '성과 부족'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 종합특검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언론에 공개된 청구 건 기준 절반을 크게 밑돌고 있다. 아직 영장심사가 열리지 않은 유병호 감사위원을 제외하면,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 17명 중 신병을 확보한 인원은 6명(35.3%)에 그쳤다. 내란특검(53.9%), 김건희 특검(68%)보다 낮은 수준이다.
특히 법원은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김종욱 전 해양경찰청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혐의에 다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혐의 소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력 부족과 별개로 수사 역량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군형법상 반란 혐의 등 종합특검이 '승부수'로 띄웠던 일부 주력 사건이 불기소로 가닥이 잡힌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군형법상 반란우두머리 혐의를 적용하고 지난달 16일 소환 조사했지만, 결국 '이중기소'(공소기각)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특검팀이 주요 수사 대상으로 꼽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 무마 의혹', '북풍 공작 의혹' 등도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 처리까진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에야 첫 강제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특검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보통 특검 수사는 만료 1~2주 전에는 주요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을 끝내고 (미완 수사는) 이첩 준비를 하는 시기"라며 "3차 연장(30일)을 감안하더라도 일부 사건은 (공소 제기까지) 제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법조계의 눈길은 종합특검의 '수사 연장전'으로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종합특검의 수사 기간을 30일 추가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특검법이 시행되면 종합특검의 수사 시한은 이달 24일에서 다음달 23일까지로 갱신된다.
개정안은 파견 공무원 수를 현행 130명에서 150명으로 확대하고, 변호사 자격을 가진 특별수사관이 공소유지 업무를 할 수 있는 '공소유지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겼다. 파견 검사 부족으로 기소와 공소 유지에 부담을 느껴온 종합특검으로선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종합특검은 수사 기간이 연장될 경우 보완·추가 수사에 적극 나서겠단 방침이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기간 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현재로선 24일까지 기소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수사 기간이) 늘어나면 내용을 더 파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는 우선 종합특검의 성과로 꼽히는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의 추가 수사 향배를 주목하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대통령실 김대기 전 비서실장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을 구속기소하고,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불구속기소 했다. 특검팀 출범 104일 만의 첫 공소제기였다.
해당 의혹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이 관저 공사를 맡은 무자격 업체 21그램에 당초 예산을 초과한 공사비를 지급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예산 전용을 지시·압박했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이를 고리로 기획예산처(옛 기획재정부)와 감사원까지 수사 전선을 넓히고 있다.
김건희 여사(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원희룡 전 장관(양평 고속도로 특혜) 등 각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종합특검은 오는 21일 김 여사를 소환해 첫 피의자 조사를 진행한다. 원 전 장관과도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내란 수사와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증언한 내부 고발자로 평가받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12·3 비상계엄의 혼란 속에서도 '서강대교 회군'을 지시해 훈장을 받았던 조성현 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대령) 등 기존 3대 특검이 수사하지 않거나 불기소 처분했던 피의자들에 대한 최종 결론도 관심사다.
종합특검이 추가 수사 기간 이들의 혐의를 성공적으로 규명해 유죄 판결까지 끌어낼 경우 '독자적 성과'로 기록될 수 있다. 다만 기존 특검과 정반대의 법리를 적용한 도전적인 수사인 만큼, 혐의 입증에 실패할 경우 성과에 급급해 무리수를 뒀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수사 기간 연장 자체를 '양날의 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기간이 늘어나면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기회가 생기지만, 그만큼 '헤비테일'(성과)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종합특검으로선 남은 한 달이 최대의 시험대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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